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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유이채 저
0원
2026-07-23
로맨스
전0권
G720:N+A055-2026071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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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기업 및 단체, 클래식 음악과 공연 관련 사항 등은 픽션이며 실제와 무관합니다.>
“안녕, 에단?”
열일곱.
피아노만이 인생의 전부이던 소년 앞에 새카만 눈동자가 별처럼 반짝이는 소녀가 나타난다.
“…맘에 들어. 네 쇼팽.”
처음이었다.
자신의 음악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그 상대를 설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더 들려줘. 그래도 돼?”
아주 얇고 섬세하게 재단된 피아노의 음들이 절대 서두르지 않고 습한 공기 중에 차례로 진열되어 간다.
에단의 시선이 그녀의 눈을 스쳐 작고 오뚝한 코를 지나 빨간 입술에까지 내려가 고였다. 어쩐지 입술이 바짝 마른다.
“혹시 너도… 나 좋아해?”
사르륵. 윤서가 먼저 눈을 감고 그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혔다.
창밖에 내리는 흰 눈처럼 에단의 심장도 같이 떨어져 내리는 건 아닐까.
두 사람의 귓가에 조금 전까지 쳤던 피아노 소리가 아직도 잔향처럼 남아 흘렀다.
***
그리고 스물일곱.
[오랜만이야, 데이지.]
10년 전, 끔찍한 사고를 당한 윤서를 두고 사라졌던 첫사랑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어 돌아왔다. 어른 냄새를 적나라하게 풍기는 남자가 되어서.
[이거, 기대 이상인데.]
수많은 러브콜에도 한국 공연만은 극구 거절해 온 에단은 굳이 윤서가 일하는 작은 공연 기획사와의 계약을 맺겠다고 하고.
남자가 내건 조건은 단 하나.
자신의 공연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서윤서’가 전담하며, 제 요구에 무조건 맞춰 줄 것.
[눈 깔아, 윤서야. 다른 새끼 쳐다보지 말라고.]
다시는 그에게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애써 밀어내는 윤서에게 오만한 남자는 오히려 더 거침없이, 제멋대로 구는데.
[그럼 내 애인 해. 한국 공연 끝날 때까지만.]
한국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에단과의 계약 연애에 서명한 윤서. 그대로인 듯 어딘가 변한 그를 알아 갈수록 얼어 있던 마음의 벽에 저도 모르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데이지.]
그렇게 부르는 목소리만으로도 에단이 얼마나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지 느껴졌다.
눈빛이 짙게 가라앉은 남자가 고개를 숙여 윤서의 이마에 입술을 눌렀다. 그 짧은 입맞춤 뒤에도 한동안 떨어지지 못한다. 어쩐지 그의 입술이 떨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플지도, 몰라.]
[그래도 이젠 못 도망가, 데이지.]
서로를 잃어버렸던 두 사람은, 과연 원래의 템포를 되찾아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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