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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채 저
3,700원
2026-01-17
로맨스
전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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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지 2년째.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 상처를 일에 파묻히는 것으로 겨우 극복해 가던 다연.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낙하산 신입 사원, 박도휘.
호텔에서의 불쾌했던 첫인상 때문에 그를 무시하며 애써 견고한 벽을 세워 보지만, 곤란하고 힘겨운 순간마다 말없이 곁을 지키는 햇살 같은 남자에게 그녀도 모르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실패한 사랑으로 끊임없이 침잠하던 다연은 과연 도휘를 만나 익사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이제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그러니 도휘 씨도… 그만둬.”
현관 앞까지 데려다준 남자가 가만히 날 쳐다보았다.
그는 나를 볼 때면 꼭 저런 표정을 짓는다. 알 듯, 말 듯, 웃을 듯, 말 듯.
내가 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너의 진실일까.
“싫다면요. 선배가, 자꾸 신경 쓰여요.”
“…그래서?”
착각하지 마. 그저 나에 대해 좀 알게 됐다고, 몇 번 도와줬다고. 그게 대단한 인연이라도 되는 양 구는 게 너무 우스워서.
“그럼, 들어올래?”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나의 말에 당황한 도휘의 한쪽 눈썹 끝이 움찔한다. 근육의 미세한 흔들림 때문에 그의 눈물점이 따라 움직였다.
“나랑 오늘 자면… 진지하게 생각해 볼까 하고.”
도휘 씨가 말한 거.
다시는 다른 사람에게 내 마음과 몸을 의탁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서도 나를 보면 붉어지는 너의 뺨에, 진득하게 내리꽂히는 눈빛에 나도 모르게 의지한다.
화가 났다. 아둔했던 과거의 나에게. 속수무책으로 엉망인 현재의 나에게는 더.
“생각 없으면 이제 나가 줘. 나, 많이 피곤… 읍.”
그때 남자가 커다란 손으로 내 뺨을 감싸 제게로 세게 끌어당겼다. 허리를 숙여 다가온 얼굴이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싶더니 곧, 서로의 입술이 맞닿았다.
따뜻했다.
살며시 어르듯 내게 와 부딪는 감촉이 생각보다 더 다정해서, 허리를 부드럽게 감싼 손이 조금 떨리는 것만 같아서.
바로 밀어 내야 하는데 나는 차마 그러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은 채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두었다.
“선배.”
도휘가 내 입술을 엄지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남자의 거칠어진 숨소리가 서로의 입술이 잠깐 떨어질 때마다 그 사이를 파고든다.
아. 내게 내려와 닿는 시선이 너무 뜨거워. 나는 혹여나 신음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숨을 참았다.
“선배한테 계속, 이러고… 싶었어요.”
미친놈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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