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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다메이아

데이다메이아 19

6,600
상세정보
  • 칼리엔테 6,600 2025-11-03 로판 전3300권
  • “어머니가 나를 따른다면 그는 나에게 그러하듯 어머니의 충실한 노예일 겁니다. 그러나 끝까지 나를 거부한다면- 그가, 나의 노예가 어머니의 주인이 될 겁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났다.
    그와 동시에 나를 경멸하는 아들 네오프톨레모스가 귀환했다.
    상황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자 그 애는 노예 사내를 내게 남편이랍시고 들이밀었다.

    아킬레우스가 떠난 이후 나는 어떠한 남자도 필요치 않았다. 원하지도 않았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남자란 다들 똑같으니까.
    헬레노스라는 자도 다르지 않겠지.

    “헬레노스, 뭘 기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뭐든 당신은 원하는 걸 얻지 못할 거야.”

    하나 아무리 겁을 주어도, 어르고 설득해 봐도 헬레노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나 같은 여자와의 억지 결혼에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렇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당신은 가치 있는 전리품이야. 승리를 도왔고, 예언도 하고, 군략에도 밝잖아. 프티아로 가서 대단한 벼슬을 얻을 수도 있어. 그곳의 신전에서 봉사하게 될 수도 있고. 하지만 여기에 머문다면, 당신은 골치 아픈 걸림돌이 될 뿐이야. 모두에게 눈총을 살 거고, 아무도 당신을 믿지 않겠지. 네오프톨레모스가 시키는 대로 한다면, 헬레노스, 당신은 그저-”

    그때 헬레노스가 나의 말을 끊었다.

    “그저 당신의 남편이 되겠지요, 데이다메이아.”

    그 대단한 트로이의 넷째 왕자가
    빛나는 아폴론의 대신관이던 남자가
    이 작은 섬 스키로스에 처박혀 노예로 일생을 보내게 생겼는데, 이렇게 태연하다고?

    결국 헬레노스를 밀어내기 위해 지우고 싶었던 과거를 꺼낼 수밖에 없는 나.
    그럼에도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도대체, 그가 나에게 원하는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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