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렴미 저
5,000원
2025-12-10
로맨스
전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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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강압적인 관계 및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거대한 금융 그룹의 어엿한 대표.
누구나가 알아줄 법한 엘리트 코스를 정석으로 밟아 온 수재.
빼어난 외모와 세련된 감각, 다정하고 유쾌한 성정.
이은조가 짝사랑해 온 피윤겸은 그런 남자였다.
3년 전까지만 해도.
3년 전. 대산의 회장 피태석이 하반신 마비로 쓰러진 뒤,
그 자리를 대신하며 피윤겸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숨겨진 이면이 낱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면 무슨 짓을 해서든 치워 버리는 냉혹함.
가끔은 그런 잔혹한 행위를 일부러 일삼으며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마음을 다해 짝사랑 중인 남자가
밤마다 사람 하나는 거뜬히 죽이고도 남는 잔인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매우 비상식적으로 느껴졌다.
‘아니, 비상식적인 게 맞잖아.’
피윤겸은 이은조가 감히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남자가 아니었다.
이 해로운 짝사랑은 여기서 그만 멈추는 것이 맞았다.
***
“차라리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 주면 안 돼요?
그럼…… 나도 열심히 이해해 볼 테니까…….”
“내가 널 사랑하는 일은 죽을 때까지 없을 거야.”
이은조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가령 피윤겸에게 있어 ‘사랑’이 얼마나 저주받은 감정인지,
그가 온 마음 다해 ‘사랑’하면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와 같은 사실을.
“……그러면 나한테 대체 뭘 바라는 거예요?”
“이은조가 죽을 때까지 내 옆에 있는 거.”
그는 그녀의 얇은 허리를 두 팔로 강하게 끌어안으며
마음속 깊숙한 곳에 심어 둔 유일한 소원을 이야기했다.
“발목이 꽉 묶여서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처지가 되는 거.”
아,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정말이지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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