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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여로 저
4,200원
2025-10-10
로맨스
전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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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너무 줬나 보다. 네가 그게 안 아까워서 퍼다 바치는 거야.”
오빠가 착잡한 소리로 한 말이 떠올랐다.
이제 생각해 보면 그것도 나름 좋게 포장해 보려 한 말이 분명하다.
오빠의 본심은 통화 마지막에 한 호통이었을 테니까.
“넌 왜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어. 어?!”
그게 사실이다.
나는 남자 보는 눈이 없다.
정말 끔찍하게도.
결혼까지 생각했던 인플루언서 지망생 aka 백수인 남자 친구가 내 돈으로 구해 준 편집자와 내 집, 내 침대 위에서 함께 있는 걸 보곤 모든 걸 정리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젠 정말 끝. 연애도, 끊임없는 흑역사 생성기 노릇도 이제 끝이라고 다짐하면서.
“그림이 안녕. 오빠 먹버 하고 얼마 만이지, 이게?”
그런데… 한국에 오기 직전 실수로, 충동적으로, 뭔가에 씐 듯이, 불미스럽게 함께 잔 남자가 내 앞집으로 이사 왔다!
모태경.
오빠의 오랜 친구이자 내 모든 흑역사를 본 소꿉친구.
“오빠 생각 안 났어?”
내가 대답하지 않자 그가 고집스레 다문 내 입술을 삼켰다.
입술이 벌어지고 모태경의 혀가 들어왔다.
망할.
나는 속으로 쉼 없이 욕했다.
망할, 망할, 망할!
어쩔 수가 없었다.
모태경은 키스를 정말 끝장나게 잘했으니까. 정말, 정말 미친 새끼처럼 잘했으니까.
그러니까 이것 때문에 그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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