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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크베 저
13,300원
2025-08-20
BL
전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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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작품에는 살인 및 폭력적인 장면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밀항으로 바다를 건넌 호경은
열아홉에 혈혈단신으로 팔라완에 남게 된다.
천국이라 불리는 동시에 안쪽 깊숙이 지옥을 숨겨 둔 섬.
말 그대로 무법 지대나 다름없는 팔라완 남부 끝자락에서
불법 신분인 그는 더러운 것들을 청소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물결치는 새파란 천국이 지긋지긋해졌을 무렵 불현듯 나타난 낯선 인물.
무엇이든 심상치 않아 보이는 남자의 등장에 호경은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자신을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 줄 유일한 동아줄임을.
“잘 보이고 싶댔잖아. 어떻게, 기회를 줄까?”
뜻하지 않은 기회가 벼락같이 찾아왔으니, 잡아야 했다.
*
“저기, 잠시만요.”
호경이 가까스로 제 입안에 있던 손을 붙잡아 꺼내며 말을 걸었다.
“제 부탁이요. 제 조건, 그거, 들어 보셔야죠.”
“아?”
지영원은 재미있다고 웃었다. 손가락을 빨면서 그 생각 할 정신은 또 있었냐는 눈치다.
“왜, 못 들어줄까 봐?”
“아뇨, 들어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약속을 꼭 받아야겠어요. 가능하다고, 해 주겠다고 직접 말씀하시는 걸 지금 꼭 들어야겠어요. 그래야 이다음, 그러니까 아무튼요.”
호경은 다다다 말을 이었다. 발음이 뭉개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해력이 달리는 사람도 아니니 제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는 충분히 알 것이다.
“그만 조잘대고 하고 싶은 말 해. 그래서 뭔데.”
호경이 크게 숨을 한 번 내쉬었다. 드디어. 듣는 사람은 대수롭지 않아 하는 것 같지만 자신에게는 정말이지 드디어, 마침내 찾아온 순간이었다.
“……저는 집으로, 한국으로 가고 싶어요.”
토해 내듯 말을 꺼낸 호경이 마음을 졸이며 답을 기다릴 때였다. 지영원의 몸이 가까이 다가오며 나른한 목소리가 귓가에 부딪혔다.
“끝?”
고개를 들려고 했으나 그보다 머리 위로 올라온 손이 먼저 슬며시 몸을 눌러 왔다.
“쉽네. 집에 가게 해 줄 테니까, 배운 거나 잘하나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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