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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느 저
5원
2025-06-24
BL
전1670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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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린 전남편의 성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그의 오메가도 아닌, 기르는 가축만도 못한 하인의 신분으로.
“열성 오메가라는 사실을 왜 제게 숨기셨습니까?”
“정말로, 데릭. 당신과 결혼하고 싶었으니까요.”
“자격조차 없는 주제에, 뻔뻔스럽게도 나와 다르켄펠 가문을 기만하셨군요.”
이젠 그를 사랑했던 기억조차 도려내고 싶다.
끝없는 굴욕과 고통에서 단 한순간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죽음이 당신에게 벌이 될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그 정도로는 저를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마침내 기나긴 외사랑을 정리했을 때, 그는 나에게 혼자 각인해 버렸다.
***
데릭의 손이 내 목선을 타고 천천히 쇄골을 지나 가슴 위를 스쳐 내려갔다. 애써 억누르던 숨이 무의식중에 터져 나왔다.
“참으로 초라하군요. 아무리 보아도… 제 취향과는 거리가 멉니다.”
올려다본 그의 얼굴에는 냉소가 어렸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히 드러나는 그 비웃음 앞에 나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 하찮은 몸으로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신 겁니까?”
그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내 가슴 깊은 곳을 날카롭게 꿰뚫었다.
“이게 당신의 방식입니까? 한밤중에 제 방에 찾아와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
변명하고 싶었다. 이곳에 온 건 내 의지가 아니라고.
내 몸이, 본능이 나도 모르게 그를 향해 이끌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목까지 차오른 말들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데릭은 한쪽 입꼬리를 비틀며 마치 모든 걸 꿰뚫어 본 사람처럼 나를 바라봤다.
“두 번 다시, 이따위 수작이 통할 거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는 거칠게 나를 침대에서 끌어냈다. 비틀거리는 내 몸은 그의 거센 손에 이끌려 움직였고, 저항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단단한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애써 봤지만, 헛된 몸부림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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