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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신이었던 것들

잠시 신이었던 것들 19

17,500
상세정보
  • 솔토 17,500 2025-02-19 BL 전5권
  • 라일라는 오웬이 내리게 하는 비와 바람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라일라의 오래된 충정이며, 삶의 가치였으며, 사랑의 증명이었다.
  • 두 번의 대종말을 맞이한 끝에 세 번째 행성 ‘카론’으로 이주한 인류.
    괴생명체와의 지난한 전쟁이 끝나고 마침내 평화를 되찾은 시대에서
    도태된 것들의 터전이나 다름없는 제3지구에 자리 잡은 라일라는
    불법 용병 단체의 대장으로서 의뢰를 처리하며 살아간다.

    라일라에겐 늘 소문이 따라다닌다.
    과거 군부의 촉망을 받는 소령이었다는 소문이 하나,
    제국이 자랑하는 영웅이자 총사령관, 오웬 크로테를 배신하고 탈영했다는 소문이 하나.
    그리고 그 배경엔 지저분한 스캔들이 얽혀 있다는 게 또 하나이다.

    “내가 건드렸어. 총사령관은 미인이거든.”

    그가 총사령관 아래서 자랐다는 사실마저 밝혀지면, 소문은 더욱 몸집을 불릴 것이다.

    *

    “각하, 제가 달리 누구를 사랑할 수 있겠어요.”

    그 대답은 예전, 술에 취한 채 했던 말과 동일했다.
    그러나 이번에 라일라는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아이는 순수했으나 순진하지 않았다. 오웬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동자가 어떤 흔들림도 없이 정중하게 선언했다.

    “당신이 제 하늘이에요.”

    오웬이 숨기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숨기게 두고 싶었다. 그가 아직 진실을 모두 말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듣지 않아도 괜찮았다. 라일라는 오웬이 내리게 하는 비와 바람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라일라의 오래된 충정이며, 삶의 가치였으며, 사랑의 증명이었다.

    한참 굳어 있던 오웬이 뒤늦게 생명이 다하는 것 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길고 잔잔한 호흡 끝에 아름다운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라일라.”

    오웬 크로테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사려 깊은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오죽하면 라일라가 차라리 카론 같은 곳에서 태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을 정도였다.

    “네가 나의 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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