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명맥을 이어온 태화국에는 오랜 전통이 있었다.
바로 용왕의 신부 바치기였다.
말이 용왕의 신부이지 제물과 다름이 없었다.
태화국이 건국될 때 이 땅의 원래 주인은 천둥과 번개를 다스리는 용왕이었다.
그러나 태화국의 시조인 명왕이 용왕을 속여 태화산의 깊은 구덩이에 가두고 그때부터 태화산은 불을 뿜는 화산이 되었다.
주기적으로 용왕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않으면 태화산 주변에 용암으로 뒤덮이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매년 용왕의 신부를 뽑아 태화산 아래로 던져 용왕의 분노를 가라앉혀왔다.
그리고 천년이 지난 지금, 천 번째 신부로 뽑힌 것은 소를 먹이는 소치기 소녀 수아였다.
남의 집 소들을 들판으로 데리고 가서 풀을 뜯어 먹이는 일로 가족들을 부양하던 소녀 수아는 졸지에 용왕의 신부가 되었고 도망치려 했지만 태화산의 불구덩이 안으로 던져지고 만다.
그리고 그 깊고 어두운 태화산의 밑바닥에서 수아는 천년 동안 갇혀 있던 용을 만나게 된다.
용은 그 어떤 것으로도 부술 수 없다는 백철로 만든 족쇄에 묶여 천년 동안 몸부림치고 있던 용은 수아를 보자마자 잡아 먹으려고 하지만 그런 용을 피해 숨어 다니는 수아.
여기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용을 죽여야 한다.
용이 잠든 틈을 이용해서 용에게 다가간 수아는 숨겨서 온 칼로 용의 비늘 사이를 찌르려고 하지만 천년 동안 몸부림치다가 벗겨진 용의 가죽을 보며 측은함을 느낀다.
“나라도 천년 동안 이런 곳에 갇혀 있으면 미쳐버릴 거니까...”
원래 저 위의 땅의 주인이었던 용왕이 이런 꼴이 되어 천년 동안 묶인 채로 이 어두운 곳에 혼자 있었다는 생각에 수아는 용을 불쌍히 여기게 된다.
그리고 용을 죽인다 하더라도 태화산의 입구까지 기어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아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그때부터 용과 거래를 하게 된다.
“살아서 나갈 방법을 알려줄테니 내 가려운 곳을 긁어다오.”
용은 뜻의 제안을 수아에게 한다.
천년 동안 묶여서 가려운 곳을 긁을 수 없으니 수아에게 긁어 달라는 것이 그 요구다.
대신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때부터 수아는 묶인 용의 수발을 들기 시작한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마시고 싶어하는 물을 떠다 주며 조금씩 용과 가까워진 수아.
그리고 마침내 폭우가 쏟아지던 날.
태화산의 밑바닥은 물로 차오르기 시작하고, 그 차오르는 물을 헤엄쳐서 수아는 마침내 그곳에서 도망치게 된다.
그러나 수아가 목에 박힌 철침을 빼준 덕분에 자유의 몸이 된 용은 태화산을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고 천년 동안 그를 가둬놓았던 사람들과 그 땅을 잔인하게 짓밟는다.
용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사람들은 사라진 수아를 찾아 헤매기 시작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