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가던 서훈 건설을 심폐 소생시킨 장본인이자
장남 도준일의 후계자 자리를 단숨에 위협하는 차남.
그 외의 모든 자취가 철저히 감춰진 존재였던 도준영은 어느 날, 자신의 베일을 벗기려는 세상을 향해 '실종'이라는 단 하나의 소식만 내어 주고 사라졌다.
세간과 서훈 가(家)는 그를 찾고자 혈안이 되었지만 사고 차량 외에 도준영은 시체조차 없이 증발했다.
그렇게 실종 오 년.
사망으로 종결될 날짜, 십이월 삼십일일.
남은 삼 개월이 지나면 도준영이란 흔적은 세상에서 완전히 없어지게 된다.
*
“……다 왔네.”
골목에서 요란하게 바퀴 소리를 내던 캐리어가 멈췄다.
삼십 년 가까이 초은동의 한자리를 지켜 온 부모님의 가게. 서훈 전자에서 삐끗해 나락으로 떨어진 자신이 돌아올 유일한 곳.
‘우리 국밥집’ 앞에 선 이나는 꼬질꼬질해서 더 정겨운 간판을 향해 한번 숨을 고르고 손을 뻗었다.
딸랑…….
그보다 안쪽에서 먼저 문이 열린 탓에 주춤한 그때, 놓치고 만 캐리어가 상대의 손에 잡혔다.
그리고 그 순간.
“……아, 고맙습…….”
우연일까. 아니면 이를 빙자한 예견된 만남이었을까.
이나는 우리 국밥집의 단골손님이자 초은 다방의 사장이라는 서지한과 마주한다.
“얼마나 있어요? 여기, 초은동에 윤이나 씨가 얼마나 머물 건가 해서.”
“……아직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