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 근무제로 인해 이른 새벽에 출근했던 날.
나리는 그저 평소 어렴풋이 가늠하던 성향을 충족시키기 위해
작은 일탈을 행한 기록을 남기려고 했을 뿐이었다.
대범한 시도였지만 단언컨대 다른 의도는 없었다.
텅 빈 사무실에서 맨가슴을 드러내고 핸드폰으로 촬영하던 나리는
그 모습을 권이준 팀장에게 들키고 말았다.
“보지가 이러면서 사무실에서 빨통이나 내놓고 있던 겁니까?”
“으, 하응, 우으으!”
“어린 게 겁도 없이, 다 벌어지지도 않은 보지로 인생 좆되게 따먹히고 싶어서?”
평소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냉철한 면모가 두드러지는 상사였던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집요하게 나리의 온몸 구석구석을 훑어 내렸다.
“씨발, 못 참겠어. 평소에도 꼴리게 젖이랑 엉덩이 흔들고 다니던 임나리 씨가 이런 암캐인 줄 알았으면, 당장 끌고 가서 박아 댔을 겁니다.”
아무리 나리의 성향이 이렇다고 해도 회사 사람과,
그것도 상사와 이런 식으로 얽히는 선택지는 좋지 못했다.
그 사실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지만….
“진짜 싫은 거면 그만할게요.”
“흐으으….”
“마지막 기회입니다, 임나리 씨.”
끝내 나리는 권이준을 밀어내지 않았다.
***
“음….”
그는 잠긴 침음을 흘렸다.
목을 감싼 가죽 목줄에 한동안 농밀한 시선이 머물렀다. 이어서 그 밑으로 뽀얀 살이 가득해 탐스럽고 푸짐한 젖통, 가느다란 하복부와 넓게 벌어진 골반, 좀 더 아래의 짙은 음영을 보며 느리게 숨을 들이마셨다.
역시 제 암캐는 완벽했다. 완벽하게 관능적이고 외설적이었다. 교미와 임신에 특화된 점마저 그랬다.
물론 암캐라기엔 젖과 유두가 너무 크고, 빽빽한 음모는 멀리서 보면 속옷을 입은 것처럼 보일 수준이라 일반적인 암캐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그런 점이 더욱 권이준의 입맛을 돋웠다.
“흐윽… 팀장님….”
“…….”
마주친 나리의 눈동자엔 물기가 가득했다.
임나리는 매번 이런 식이다. 암묵적으로 제어선을 짓뭉개고 이성을 내던지도록 유도했다. 그러면서도 번번이 그의 전신에도 채워져 있을 무형의 구속구를 각인시키게 만들었다.
처음 눈이 마주쳤던 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