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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쥐 저
10,200원
2025-06-02
BL
전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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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작품은 가상 국가를 배경으로 하며 일부 설정 및 용어를 차용했으나 실제 역사, 사건 등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또한 신체 훼손 및 폭력적인 요소가 일부 포함되어 있으니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군씨 왕조의 마지막 왕자인 군소란.
그는 반정으로 인해 폐위된 후 세 살의 나이에 해씨 가문으로 보내진다.
반정의 일등 공신이자 현왕의 번견들.
이국의 녕비족 출신인 그들은 앞장서 군씨들을 참륙하고 이곳, ‘향연각’에 터를 잡았는데.
누구도 강제하지는 않으나 너른 저택 안 별당에 갇힌 신세.
어린 소란은 해씨의 장손, 해녹영을 동생 삼으니
그 우애가 지극해 마음이 끝 모르고 부풀어 오른다.
하나 세월은 흐르고 몸은 자라 별당의 담 너머가 보일 때쯤 문득 깨닫는다.
자신이 마음에 담은 이가 어떤 피를 타고났는지.
***
“저와 분명히 약조해요.”
“무슨 약조?”
“제가 무엇으로든 자라 형님을 지키겠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형님은 저를 기다려 주시기로 약조해요.”
어느 밤에 비밀스럽게 속삭이며 나눈 약조였다. 새끼손가락을 내민 녹영의 얼굴은 어느새 자라 서서히 성숙했다. 그에 어울리지 않게 내민 손가락은 어린애들의 장난 같은 행위였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소란은 한동안 바라보다가 꼭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손가락을 마주 내밀었다. 단단히 걸린 손가락이 서로의 미래를 맹세했다.
“……그래도 무모한 짓은 하지 마.”
손가락을 건 소란이 당부했다. 아마 곧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사내로 장성할 테지. 그러니 녹영이 자신에게 고이지 않고 흘러가길 바랐다. 소란은 영원토록 이 집에 속박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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