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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궤적

빗나간 궤적 19

1,800
상세정보
  • 마뇽 1,800 2023-08-15 로맨스 전1권 979-11-7115-146-2
  • “앞으로는 네 아버지 대신에 내가 널 책임지마.”
  • 희우는 제가 고아인 줄 알았다.
    마지막 기억은 여섯 살 어린 나이에 엄마의 손을 잡고 보육원에 제 발로 들어온 기억 밖에 없다.
    [여기 있으면 엄마가 데리러 올게.]
    그게 마지막이었다.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고 희우의 시간은 그대로 흘렀다.
    다른 애들처럼 그렇게 버려져 언젠가 어른이 되면 독립해서 그렇게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열 일곱 살의 어느 여름, 아버지가 찾아왔다.
    진짜 아버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라고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가 내민 사진 속에는 이제는 기억이 가물거리는 엄마와 어렸던 자신, 그리고 아버지가 함께 찍혀 있었다.
    [엄마는 죽었어. 그래서 널 데리러 가지 못한 거야.]
    아버지는 오랫동안 험한 일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희우와 살기 위해 손을 씻었다고 했다.
    [난 오래 못 살아, 희우야. 암이래. 그래서 남은 날은 너한테 애비 노릇이라도 하고 싶어서 그런다.]
    다 죽게 되어서야 저를 찾아온 아버지.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그렇게 희우는 낯선 아버지와 2년을 살았다.
    딱 2년이었다.
    아버지가 죽은 건 암 때문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살해당했다.
    아버지에게 평소에 앙심을 품고 있던 누군가가 아버지를 죽인 거다.
    찾아올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쓸쓸한 장례식장, 희우 혼자 지키고 있는 빈소를 찾아온 것은 아버지의 친구였다.
    “앞으로는 네 아버지 대신에 내가 널 책임지마.”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희우는 남자에게 자신을 맡길 생각이 없었다.
    “혼자 살 수 있어요.”
    “네 아버지와 약속했다. 네 아버지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널 책임지겠다고. 나는 그 약속을 지킬 거다.”
    희우는 아버지의 친구였다는 남자 백우의 도움을 받으며 살게 된다.
    백우가 주는 돈으로 대학에 진학한 희우는 어느새 백우와 정을 통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만다.
    아버지와의 접점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남자.
    저를 돌봐주는 단 한 사람.
    제게 다정하게 구는 남자.
    그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대학 2학년으로 올라간 직후, 희우는 어느 날 가방에 들어있는 쪽지를 발견한다.
    [누가 네 아버지를 죽였는지 나는 알고 있어. 알고 싶으면 내일 밤 11시에 여기로 와.]
    수상한 쪽지.
    누가 아버지를 죽였을까.
    위험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희우의 발은 어느새 쪽지에 적힌 장소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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