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딱, 맛만 보겠습니다.” 사내는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맛을 볼 때까지는.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라고.
졸지에 부마 예정자의 글스승이 되었다.
유서 깊은 가문 출신에 이름을 떨친 장군이지만 사실 일자무식인 사내 장무기의 글스승이 된 연우.
그런데 이 사내.
첫 만남이 오만불손하고 안하무인이다.
이런 사내의 스승 노릇은 하고 싶지도 않지만 어쩌겠는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굶어 죽지 않으려면 할 수 밖에.
그런데 이 사내.
아무리 가르쳐도 늘지 않는다.
다섯 살 어린 아이도 이렇게 가르치면 깨우치겠다.
그런데 이 사내는 배울 의지가 없는 건지 아니면 정말 머리가 모자란 건지 도무지 글이 늘지 않는다.
오늘 가르치면 내일 잊어버리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제가 이 글자를 외우면 스승님이 제게 상을 주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내. 은근슬쩍 거래를 제안한다.
글자를 외우면 상을 달라고?
덜컥 그러겠다고 약속을 해버린 연우.
그런데 이 상이라는 것이,
“맛을 좀 보게 해주시지요, 스승님.”
맛?
무슨 맛?
“스승님의 맛 말입니다.”
아니. 제가 무슨 맛이 난다고 제게 맛을 보여달라는 걸까.
“스승님의 살맛을 보고 싶습니다. 꼭 찍어서 말하면 스승님의 젖꼭지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말입니다.”
아니 이게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란 말인가.
뭐, 뭐, 뭐, 뭐가 궁금하다고?
“저, 저, 젖꼭지요?”
“딱 맛만 보겠습니다. 약속하셨잖습니까, 스승님. 스승님이 약속을 안 지킨다면 제자가 뭘 보고 배우겠습니까?”
이런 미친 능구렁이 같으니라고.
“약속을 하셨잖습니까.”
“해, 했지만...”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 아닙니까, 스승님?”
연우가 진땀을 뻘뻘 흘린다.
“다른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딱, 맛만 보겠습니다.”
사내는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맛을 볼 때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