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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람 저
6,600원
2025-04-29
로맨스
전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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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오누이처럼 사이가 좋은 부부가 살았다.
두 사람은 평생 오누이처럼, 지기처럼 지내다가 커서는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
둘 사이에는 방해꾼도 없고 거리낄 것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지.
근면히 글공부하던 남편은 급제하여 금의환향하고,
아내가 그를 얼싸안으며 반겼으면 더없이 좋은 결말이었을 테다.
그러나 세상살이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고,
하늘은 웃는 자를 시샘하여 끝내 눈물을 쥐어짜고야 말지.
그가 어사화를 머리에 얹고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을 때,
뭇사람들로부터 끝없는 축하를 받는 동안,
최가 새댁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주춧돌로 삼은 돌과 타다 남은 울타리,
덩그러니 놓여 있는 솥뚜껑만 그곳에 한때 집이 있었다는 걸 알려 주었다.
외양간이 있던 자리에는 형체 없는 까만 덩어리가,
아내의 방이 있던 곳에는 잿더미가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그곳이 바로 두 사람의 신혼집이자 친정, 그리고 고향이었던 공간이었다.
‘죽음이란 싫은 것이지만, 싫은 것에는 죽음보다 더한 것이 있으니,’
사내는 마침내 옳고 그름을 스스로 구획 짓는 데 이르렀다.
정당한 방법으로는 이 분노를 식힐 수 없으니, 다른 해결책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복수의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는 두 개의 무덤을 파라고 했지.’
사내는 성현의 말씀을 실천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복수를 위해 세상에 발을 내디딘 사내에게,
세상은 무림공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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