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놔줘도 도망도 못 가고.” “…….” “내가 주워가야겠네.” 그가 다가오자 우희는 눈을 감았다.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꼭 짐승의 아가리 안으로 삼켜지는 것처럼.
※본 도서에는 다소 폭력적이거나 호불호 갈리는 표현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엄마가 네 번째 결혼식을 앞두고 죽어버렸다. 그렇게 해서 의붓조카로 얽힐 뻔한 육태경과 영영 안 만나도 될 줄 알았다.
착각이었지만.
그는 양쪽 손을 위로 들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뒤로 긁듯 넘겼다. 팽팽하게 당겨진 검고 얇은 셔츠 위로 우람해 보이는 가슴 근육이 그대로 드러났다.
길고 단단해 보이는 손가락. 그는 그 아름다운 손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누군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손가락을 부러트렸다.
이젠 그 손이 그녀의 목을 쥐고 있는 기분이었다.
“차우희, 튀어 봐.”
3년 만에 다시 만난 그는 분명히 그녀를 조롱하고 있었다.
“어디 이번에도 도망가 보라고.”
그러나 아무리 안간힘을 쓰며 도망쳐도 그의 손아귀 안이었다. 어둑한 아스팔트에 엎드린 그녀의 눈에 그의 반질거리는 구두가 보였다.
“놔줘도 도망도 못 가고.”
“…….”
“내가 주워가야겠네.”
그가 다가오자 우희는 눈을 감았다.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꼭 짐승의 아가리 안으로 삼켜지는 것처럼.
***
“맛있어 보여?”
멍하니 다리 사이를 쳐다보고 있던 그녀는 뒤늦은 민망함에 홱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본 거 아니에요. 그냥 문신… 문신을 본 거예요.”
애초에 그와 해일은 그녀를 집안의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려 기어들어 온 쥐새끼 취급했었다. 쥐새끼가 포식자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일은 없지.
어디 한군데 살이 더 붙거나 모자람 없이 밀도 높게 정비된 몸을 보고 있자니 숨이 콱 막혔다. 아름답거나 감탄스럽기보다, 자신과는 아예 다른 인종으로 느껴졌다.
“그래? 하도 입맛을 다시면서 쳐다보길래 난 또 바로 빨자고 달려드는 건가 했지. 당장 세울 거 아니면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씹질도 순서가 있잖아? 인사도 하고 간지러운 말도 좀 나누고 박아야지.”
그가 앞으로 다가와 한쪽 무릎으로 침대를 짓누르며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두 사람의 몸이 너무 가까웠다.
“아! 싫….”
“싫은지 좋은지 물어본 거 아닌데.”
그의 두 팔이 그녀의 몸을 가두듯 얼굴 옆으로 창살처럼 버티고 섰다. 그의 몸뿐 아니라 그의 시선에 갇힌 것 같아 그녀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도대체 이 눈빛은 뭐라고 해야 하지? 도무지 속을 읽을 수 없는 암흑 같은 눈동자였다. 그 속에 반짝거리는 광택이 아슬아슬했다.
그녀의 허벅지에 그의 하반신이 와 닿았다. 얇은 바지 안쪽에 딱딱하고 뜨거운 게 그대로 느껴졌다.
“흡!”
그가 한쪽 무릎을 다리 사이로 쓱 밀어붙이는 것만으로도 근육이 짓눌리는 것처럼 아팠다.
“아… 흑.”
힘없이 다리가 벌어지자 그가 그녀의 손을 붙잡아 음부 위에 올려놓았다. 손가락 하나를 아래로 밀어 말라 있는 소음순을 벌렸다.
“이거. 잘 적셔놔.”
“무슨….”
그가 몸을 더 낮춰 그녀의 귓가에 중얼거렸다.
“찢어지기 싫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