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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피 저
9,000원
2024-02-26
로맨스
전3권
979-11-7231-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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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할 수 없이…. 첫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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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공급에, 살인에, 인신매매에. 한 나라에 오래 머문 적이 없었대.”
고립된 섬, 혹은 무법 도시.
태화도 초월 마을에 제 발로 찾아 들어온 남자, 온세계.
“비켜.”
그를 처음 본 순간 선이는 깨달았다.
절대, 엮여서는 안 된다고.
“계단에만 CCTV가 네 대야. 허튼 생각 하지 말고 들어가.”
“…….”
“다 지켜보고 있다고. 위에서.”
깔보듯 한참을 내려다보는 시선, 눈 아래까지 음영이 질 만큼 긴 속눈썹.
날카로운 이목구비에 퍽 잘 어울리는 선홍빛의 도톰한 입술.
그래 봤자 깡패 새끼, 개새끼.
“야.”
“…….”
“이름이 뭐랬더라. 아… 그래. 선이.”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온세계의 눈가에 자리 잡은 눈물점이 시선을 끌었다.
“그냥 평소처럼 멍청한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렇게 있어. 그게 나아.”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 같은 눈빛엔 다채로움이라고는 없었다.
속을 내비치지 않는 불투명한 눈동자 속엔 흑과 백만이 존재하는지라.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자꾸만 그를 흘끔대는 저를 발견하고 말았다.
“누가 또 건드리면 나랑 만난다고 해.”
“…….”
“진짜 그러자는 거 아니니까 오해 말고.”
“오해 안 해요.”
“됐어, 그럼.”
이따금 건넨 도움의 손길이 따뜻해서.
“어쩌면… 이 섬에 아저씨 편은 없을지도 몰라요.”
“알아.”
“…….”
“그럼 네가 내 편이 되어 주는 건 어때.”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에 이렇게 대답할 줄은 몰라서.
“제가… 뭘 하면 되는데요?”
“그대로 있어. 언제든 내가 찾아갈 수 있게.”
소문과는 다른 그의 모든 것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건.
부정할 수 없이….
첫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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