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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저
6,000원
2023-07-24
로맨스
전2권
979-11-7115-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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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계속 만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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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처럼 엄마가 남기고 간 빚더미.
나는 순식간에 엄마가 진 빚의 신체 포기 각서 대리인이 되어 있었다.
이후로 거대한 폭우를 맨몸으로 막으며 참아 내야 하는 세월이 시작되었다.
정말이지 절박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원금은커녕 이자만 해도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었다.
그렇게 서서히 지쳐가던 중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게 된다.
“내가 너 빚잔치 시원하게 하게 해 줘?”
“우리 윗대가리가 공사 하나 치려고 설계 들어간 게 있거든.”
박 부장은 가면을 쓴 것처럼 친절한 낯으로,
“네가 착수만 하면 작업하는 동안 이자 제해 준다.”
무언가를 꾀어내려는 듯 사근사근 말했다.
* * *
“너 말이야… 여태껏 기 한번 못 펴 보고 살았지?”
그가 선문답 같은 질문을 내놓았다.
조롱하거나 능멸하는 어조가 아니었다.
“내가 너 기 좀 펴게 해 줄 수도 있는데.”
그가 손바닥으로 관자놀이를 받치고 나른하게 나를 응시했다.
“너 하는 거 봐서 장 사장보다 내가 더 신경 써 줄 수 있다고.”
“…….”
“너 편하게 살게 해 줄 수 있어. 나 지금 아주 쉽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해됐어?”
“그러니까….”
의외로 일이, 쉽게 되어 가고 있었다.
아니, 어수룩한 나에게 그가 쉽게 걸려들었다.
“우리, 계속 만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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