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제인의 침실을 몰래 드나들며 입을 맞추던 ‘치아 요정’ 정언.
마지막 입맞춤까지 가지게 되면 평생 그 인간과 사랑에 빠진다는 조항을 굳게 믿으며
자그마치 이십 년을 기다려 온다.
저를 보지 못하는 제인을 앞에 둔 채 긴 시간 애태우던 정언은
제인이 성인이 되는 날, 드디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저기 있잖아, 나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아니요……. 처음 봐요. 저 아세요?”
“혹시 나처럼 생긴 요, 아니. 사람을 본 적이 있어? 네가 보기에는 어때?”
“좀……. 예쁜 것 같기도 하고. 예쁜 것보다는 아름답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도 같고…….”
그런데 사랑에 빠지기는커녕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
이렇게 예쁜 걸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지?
잔뜩 실망한 정언은 제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한편, 계속되는 정언의 호의와 다정함에 묘한 기분에 휩싸이는 제인.
하트 모양 어금니가 자라 혼란스러운 가운데 정언이 믿지 못할 소리를 건네기까지 한다.
“눈앞에 두고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뭘…….”
“우리 오래전부터 입 맞추는 사이였는데. 어떤 날은 해가 지고 동이 틀 때까지도 쉼 없이 입 맞춘 적도 많아.”
“……그런 적 없는데 도대체 그게 무슨-.”
“내가 네 치아 요정이니까. 네 치아가 전부 예쁘게 자라게 도와준 게 바로 나라는 얘기야.”
도무지 현실임을 받아들일 수 없는 동화 같은 이야기에 홀린 듯 멍한 표정을 하자
눈을 한가득 휜 정언이 어리광을 부리듯 어깨에 뺨을 기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