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고등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한 연서는
엄마의 병원비를 마련하고자 친구들의 대리 시험을 쳐 주게 된다.
3학년 교실에 불쑥 나타난 복학생 도윤과 짝이 되었지만
학년이 끝나도록 한쪽은 공부만 하고 한쪽은 잠만 잤다.
8년 후, 연서는 유학을 떠났던 도윤과 재회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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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해 주는 거야?”
도윤의 물음에 연서는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종이 백 입구를 말아 쥐었다. 일을 하고 받은 대가인데도 감추고 싶어졌다.
“그냥… 잔심부름.”
본인이 하기엔 귀찮고 전문가에게 맡기기엔 사소한 일들.
고등학생일 때는 대리 시험을 쳐 주다가 졸업 후에도 잔심부름을 하며 동창들에게 빌붙어 사는 자신이 도윤의 눈엔 어떻게 비칠까.
“전번 줘. 나도 맡길 일 있으면 연락할게.”
그도 같은 부류인데 자신을 어떻게 보든 무슨 상관이람.
귀찮고 더러운 일을 시키는 녀석이 하나 더 늘어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