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버려진 아이들의 삶은 얕은 바람에도 이리저리 휘날리는 종잇조각 같았다.
이리 밟히고 저리 밟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한낱 종잇조각.
빌어먹는 제 처지에 하루를 살더라도 마음대로 살아 보고 싶었다.
강준은 등에 업은 짬보를 추켜올렸다.
“빠, 아으빠.”
저를 아빠라 쫓아다니는 짬보 탓에 때로는 진짜 아빠가 된 듯한 착각을 할 때도 있었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짬보를 떼어 놓을 수가 없었다. 강준에게 짬보는 이미 가족이었다.
***
꽃을 닮은 은조의 살냄새를 코로 삼켰다.
멈칫.
숨죽인 강준의 뇌리에 괴상한 죄의식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침착하게 손을 거뒀다.
잠든 은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창백해진 입술을 손바닥으로 훔쳤다.
이성과 감정의 괴리, 가족애라 치부했던 속 알맹이.
만져서도, 감히 생각조차해서도 안 될 추한 욕망.
애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