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눈치 싸움이 가득한 아동 보호 센터에서 벗어나 입양이 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제가 걸어가는 곳이 더 괴로운 지옥인지도 모르고.
한순간에 기울어진 가세,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언니. 방관하는 어머니.
그 무엇도 평화를 위한 것은 없었다.
안면도 없는 저를 물심양면 도와주려는 저 이상한 아저씨를 빼면.
“너 밥값 하고 싶댔지. 그럼 법 공부해 보자. 내가 지원해 줄게.”
폭력도, 폭언도 없이 조용한 집 안. 처음으로 미래를 꿈꿔 보았다.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공부라는 재능으로 그의 옆에 서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네까짓 게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그동안 살맛 났을 텐데 어떡하니. 다시 지옥으로 기어들어 와 버렸네.”
한 달, 짧은 온기는 그대로 빼앗긴 채 다시 어둠에 잠식되고 말았다.
상처보다 더 큰 오해를 남긴 채.
*
개같은 상황에 차마 웃음은 나오지 않아서 눈만 위로 들었다.
“…….”
그리고 시선이 걸리는 곳에 그가 있었다.
본 적 없는 차갑고 감정 없는 눈을 한 채로.
평화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빠르게 뛰다 못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가쁜 호흡에 몸도 덜덜 떨렸다.
하필 이런 곳에서, 이런 모습으로 재회하길 바란 건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