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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형 수컷이 설인뿐이다

인간형 수컷이 설인뿐이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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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람 2,000 2023-01-19 로판 전1권 979-11-6938-508-4
  • ‘내가 조난을… 당했구나!’
  • 어느 날처럼 퇴근 후 버스에서 졸다가 눈을 떴더니, 대설원의 한가운데였다.
    눈송이가 흩날리고 손발이 얼어붙을 만큼 차갑고 새하얀 겨울의 살풍경.
    그 아득하고 비현실적인 설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선아는 생각했다.

    ‘내가 조난을… 당했구나!’

    눈밭에 SOS도 써 보고, 인간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으나 나타난 건 구조 헬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세계의 단골 몬스터들, 그러나 선아로선 상상해 본 적 없는 기이한 괴물이었다. 몬스터들에게도 각기 다른 종족명은 있으나, 선아의 눈에는 전부 다 똑같았다.

    ‘초록괴물(고블린)! 돌괴물(골렘)! 늑대괴물(다이어울프)!’

    그러나 단 하나, 괴물이라 부르기엔 애매한 생명체가 선아의 눈에 들어왔다. 인간이라기에는 너무 크고, 괴물이라기에는 너무 인간다운 생물.

    쿵, 쿵, 쿵, 쿵.
    사람 같지 않은 거대한 발, 흰 털로 뒤덮인 거구에 푸른 피부.
    묵직한 발걸음을 규칙적으로 울리는 저것은, 설화 속의 괴물, 설인이었다.

    선아는 거산과도 같은 큼지막한 인영 아래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 세계에 인간은 없다. 그러나 설인 우툼, 그와 같은 인간형은 있다.

    ‘그럼 된 거지.’

    선아는 그렇게 납득하기로 했다.

    *

    “……그런데 있잖아,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선아는 얼굴만 빼꼼 쳐들고 말했다.
    “넌 왜 그렇게 뜬금없이 발기하는 거야?”
    그녀는 윗배를 찔러오는 감촉에 대해 말했다.
    “설인은 원래 좀 성욕이 많은가?”
    어차피 우툼은 선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이렇게 낯부끄러운 말을 해도 묵묵히 듣고만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선아는 거리낌 없이 물었다.
    “…애초에, 종족이 다른데 성욕을 느낄 수가 있어?”
    그녀는 저도 모르게 힐긋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우툼이 잘 먹인 탓에 전보다 살진 가슴둔덕 사이로, 길게 솟구친 단단한 물건이 끼어 있었다. 심지어는 자아가 있는 양 선아의 시선에 따라 불끈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거 어디까지 올라오는 거야?!”
    화들짝 놀란 선아가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려 하자, 우툼은 그녀를 번쩍 들어 어깨에 멨다. 실내로 들어가는 내내 선아는 고래고래 소리치고 발광을 했으나, 막상 침대에 눕히고 나니 순한 양이 따로 없었다. 그녀는 벌게진 얼굴로 얌전히 누워 있다가, 마침내 드러난 우툼의 하반신 정중앙을 보고 경악했다.
    “잠깐만. 장난해? 이게 좆이야, 방망이야?”
    처음 보는 두께, 처음 보는 길이다. 인간적… 아니, 종족적으로 너무 크다. 선아는 우툼을 다급하게 붙잡고 말했다.
    “자, 자, 잠, 잠깐만. 우리… 종족이 다르잖아. 종족이 다른데 이게… 될까?”
    물론 선아의 우려는 쓸데없는 것이었다. 잠시 후 선아는 절정과 기절의 무한루프 속에 까무러쳤다가 깨어나고, 잠들었다가 눈을 떴다.
    ‘이게… 되네.’
    몸소 증명하고 싶진 않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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