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부터 거슬렸다.
죽은 형과 묘하게 비슷한 유세영이라는 여자의 행동거지를 유심히 관찰하던 어느 날, 그녀가 난데없이 입술을 붙여 왔다. 싸구려같이.
역겨워야 마땅한데, 퀴퀴한 먼지 속에 갇힌 바람에 현실 감각이 마비되기라도 한 모양일까.
축축한 살덩이가 끝없이 제 잇속을 헤집어 댈 때마다 인한의 이성은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천박하게 몸을 놀려.”
괴죄죄하지도, 숫되지도 않은 유세영이라는 참한 먹잇감을 앞에 두고 인한은 생각했다.
원치 않았지만, 잠깐 지내러 온 촌구석에서 세영은 적당히 씹다 뱉기에 나쁘지 않은 상대였다. 어릴 때 왕왕 가지고 놀다가 싫증이 나면 버린 장난감처럼.
“네가 내 좆을 그렇게 맛있게 빨지만 않았어도 너 같은 거하고 안 잤어.”
끝맺음이 정해진 석 달짜리 파트너 관계.
그 더럽고 아름다웠던 여름의 끝에서, 그들은 깔끔히 서로를 도려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