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그런 사람을 잃었다.
고작 제 아비의 탐욕 때문에. 그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멍청한 자신 때문에.
“아, 아니야. 이럴 리가…….”
애처로울 정도로 떨리는 손끝이 남자의 뺨으로 향했다.
감싸 쥔 뺨은 여전히 따뜻했으나 내쉬는 숨결이 없었다.
숨이 멎은 탓이다.
비로소 이네스는 현실을 마주했다.
“아…….”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푸른색 눈동자도,
처음으로 제 이름을 사랑하게 된 나직한 부름도,
부드럽고 다정한 손길도.
이제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킬리언 루페르트는…….
“하하하! 드디어 내 숙원을 이루었구나!”
악마 같은 제 아비의 손에서 그녀를 지키려다 숨을 거두었으니까.
이윽고 비명 같은 울음이 터져 나왔다.
*
끔직한 죽음 끝에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네스는 가장 먼저 남자를 떠올렸다.
이 순간 같은 하늘 아래에 숨 쉬고 있을, 그 누구보다 찬란히 빛나 마땅한 남자를.
그러나 그녀와 그녀의 아비로 인해 그러지 못했던 남자를.
하여 이네스는 다짐했다.
기적처럼 주어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또한,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당신의 죽음을 속죄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