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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이 네 죽음을 바란다면

사신이 네 죽음을 바란다면 19

12,000
상세정보
  • 세레나향기 12,000 2024-07-15 로판 전4권 979-11-7231-549-8
  • “당신은 광증을 앓는 게 아니야. 발정 난 거지.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이 가진 이능 때문이고.”
  • 모든 것이 계획된 배신이었다.
    믿었던 친구에서 남편이 된 남자에게 속아 넘어가 황위를 넘긴 결혼식 날,
    리제트는 원인 모를 광증의 발현으로 궁에 유폐되고 만다.

    남편을 향한 배신감과 어리석게 속아 황위를 넘겨 버렸다는 자괴감에 절망해 목숨을 끊으려는 찰나, 그가 찾아왔다.

    “감히 누구 마음대로 죽으려는 겁니까?”

    죽음을 부르는 사신. 반란을 일으킨 사내.
    페르난 폰티나우스 카일론 대공이.

    “당신은 광증을 앓는 게 아니야. 발정 난 거지.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이 가진 이능 때문이고.”

    무도한 수식어와 달리 미려한 사내가 심장이 떨릴 만큼 서늘하게 미소 지었다.

    “이왕 죽을 거라면 그 목숨값을 내게 팔아. 요긴하게 써 줄 테니까.”

    어쩌면 끔찍한 찬탈자가 될지도 모르는 남자의 손을 잡았다.

    ***

    “경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북부령 센티니움의 자치권을 회복하고 독립을 인정하죠. 오늘부로 당신은 북부령으로 돌아가 센티니움의 왕이 되어….”
    “하, 쓸모없어졌으니 이제 와 꺼지라는 말을 꽤나 고상하게 지껄이는군.”

    진심을 담아 꺼낸 제안을 단칼에 자른 그가 본 적 없는 냉소를 터트렸다.

    “내가 끝까지 고분고분하게 당신 사냥개 노릇이나 할 줄 알았나?”

    쾅!
    그의 주먹이 내리친 황좌의 대리석 기둥이 빠지직 갈라졌다.
    리제트의 얼굴 바로 옆에 꽂힌 주먹에서 그의 눈동자와 한 치도 다르지 않은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서늘한 검지 끝이 리제트의 턱을 무례하게 들어 올렸다.

    “잘 들어, 황녀. 난 처음부터 당신 사냥개가 아니라 주인 잃은 개새끼였어.”

    이따위 황좌는 얼마든지 부술 수 있다는 듯이 남자의 핏빛 눈동자가 잔인한 빛을 띠고 일렁였다.

    “내가 그대에게서 멀어지는 일 같은 건 없어. 누구 하나 죽어 사라지지 않는 한.”

    모든 것이 안정에 이른 그 순간, 상황이 반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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