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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예진 저
7,000원
2025-11-10
로맨스
전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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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사냥개이자 망나니, 은암군 이헌.
금욕적인 이목구비 아래, 그의 본모습은 잔혹한 살인자다.
수연은 그의 본모습을 알았다.
그리고 그에게 들러붙은 망혼(亡魂)의 존재도.
“가거라. 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위험한 자다.
그리 생각하여 사내를 피하려 했으나,
어찌 된 운명인지, 계략에 휘말려 그와 혼인을 올리게 된다.
불길하도록 새빨간 활옷을 입고서.
“몸이 좋지 않아서요. 금일은 쉬고 싶습니다.”
“뭐든지 하겠다 나선 것은 너였다. 제발 곁에만 있게 해 달라 애원한 것도 너였지.”
“…….”
“내 아래에서 젖은 채로 교성을 질러 대던 것도 너이고.”
이 오연한 사내를 거역할 수는 없다.
멸시와 오명을 불사해서라도 얻어야 할 것이 있기에.
“나리, 그건 제 것이에요.”
“너 또한 내 것이지.”
“어찌 나리께서는 항상 이리 마음대로……!”
“한데 너는 내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 어쩌면 좋을까.”
이다지도 잔인하고 고압적인 사내.
날카로운 말로 나를 찔러 대는, 나의 하나뿐인 낭군.
그럼에도 수연은 그에게 자꾸만 기대하고 만다.
그가 이따금 내비치는 다정을, 제게 건네는 다정함을, 또다시 보여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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