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휘황찬란한 수식어를 덧붙여 봤자 근본은 깡패.
수틀리면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받는 그런 남자. 어쩌면 완벽한 이 남자에게 오점은 그가 발을 딛고 선 세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위태로워 보이며, 그래서 더 눈길이 가는 이율배반적인 존재.
그런 남자에게 끌렸고, 눈길이 갔던 건 부정하지 않지만 그래서 멀어지고 싶었다.
“나 내일 약속 있어.”
“…알아.”
“호텔에서 남자 만나.”
정확하게는 호텔 카페에서 보는 맞선이었다.
“…근데.”
“마음에 들면 이번엔 바로 방 잡는다. 이제 진짜로 퇴짜 안 놓을 거야.”
이게 최시백에게 하는 소린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인지 나조차도 헷갈렸다.
“지랄해, 자꾸. 헛소리할 거면 잠이나 자.”
오늘 잠깐 하다가 말 투쟁이라면 이렇게 서글픔이 사무치진 않았을 텐데. 나는 이 길고 지루한 감정의 마침표를 언제 찍을 수 있을지 짐작조차 못 하겠다. 얼마나 길어질지, 또 그 사이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을지, 겪어봐야 아는 일이다.
지금은 안다 해도 어찌하지 못할 일.
알면서도 견뎌내야만 하는 일.
내 손안에 들어온 것 중 쉬운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사랑이라고 예외일 리가.
망할 사랑, 아니 짝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