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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암 저
5,000원
2024-01-28
로맨스
전2권
979-11-7231-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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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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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에서는 어딜 가나 억새를 볼 수 있었다.
완만한 사구 위, 가파른 벼랑, 심지어는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 구석에서도.
시끌벅적한 도시와 다르게 한낮에 더욱 조용해지는 곳이었다.
그곳 구월에서 나고 자란 새연은 불쑥 나타난 외부인 최해권을 만나 모든 것을 주었고, 모든 것을 잃었다.
잊을 수도 없게 최해권은 TV에서, 광고에서, 잡지에서 계속해서 나타나 그녀를 괴롭혔다.
새연이 유일하게 우는 날, 9월 1일.
그가 돌아왔다.
“구월에 있는 너희 집. 네가 같이 가 줘야겠다.”
“가기 싫어.”
“넌 꼭 가야 돼. 네가 찾고 있던 아버지 유품이 나한테 있거든.”
“너, 이 나쁜 새끼…….”
살이 빠져 골격이 두드러진 얼굴에서도 새연은 쉽게 옛날의 흔적을 찾았다.
이를테면 눈동자 너머 무언가를 응시하는 듯한 시선,
마음에 안 들 때면 왼쪽 입꼬리가 씰룩이던 버릇 같은 것들.
“왜, 나 못 믿겠어?”
“내가 널 어떻게 믿니.”
각기 다른 오해를 품고 새연과 해권은 그곳으로 향한다.
구월의 억새밭으로.
*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
그 말에 해권이 우뚝 멈춰 섰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또…….”
짐승처럼 빛나는 눈을 보며 새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눈 돌아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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