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개정판입니다. 개정 이전 작품의 제목은 <그 뱀파이어의 야릇한 미식>이며, 작가님께서 사용하신 필명은 ‘홍연유’입니다. 작품 이용 시, 참고 바랍니다.
그날따라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맞은편 이웃의 집 앞에는 분리 안 된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는 고민 끝에 대문에 조그맣게 나 있는 초인종을 눌렀다.
“누, 누구, 세요?”
대문이 벌컥 열리며 등장한 집주인은 매우 작은 여자였다.
끅, 끅, 숨을 삼키는 소리에는 물기가 가득 어려 있었다.
그리고 지독한 술 냄새 사이로 관능적으로 피어오르는 달콤한 피 냄새.
그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움직인다는 듯 느리게 뛰던 심장이 마치 반가운 이를 맞이하는 것처럼 거칠게 요동쳤다.
오로지 그만을 위해 만든 디저트처럼 농밀하고 치명적으로 달아빠진 혈 향(血香)이었다.
운명의 반려와의 첫 만남이었다.
*
“내가 수작 부리고 있는 거라고, 윤태이 씨에게.”
놀라 멈췄던 태이의 호흡이 맞닿은 시현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는 뜨거운 살덩이를 찾아내 휘감았다. 신경이 바짝 타올랐다. 혀로 그녀의 입 안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듯이 샅샅이 쓸었다.
송곳니를 꺼내어 살짝 찔러서 맛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놀라지 않게 다가갈 생각이었다.
그녀를 한낱 먹잇감으로 취급할 순 없다. 천천히 그녀의 모든 것을 잡아먹을 것이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미 그녀는 자신의 것이라고, 그리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