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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타 저
2,000원
2022-07-05
로맨스
전1권
979-11-6758-9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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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마음이 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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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아 빠진 달동네 단칸방. 가족도 곁에 없어 버겁고 공허한 현실.
지긋지긋했던 학교생활을 버틸 수 있게 도와주었던 유일한 친구마저 세상을 떠나자, 이연은 침잠한다.
결국 이연은 때아닌 겨울비가 내리던 날, 장례식에서 만났던 남자에게 전화를 거는데…….
*
사실 남자에게 연락한 건 반쯤 충동적이었다.
그냥 마음이 허해서.
나에 대해 모르는 누군가와 진솔한 이야기라도 해 보고 싶어서.
잠시 침묵하던 그는 곧 그날과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 지금 갈게. 조금만 기다려, 아가.
어르는 것 같은 음성은 감미로웠다. 그 울림이 왠지 모르게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둡고 삭막한 단칸방 창문 너머로 헤드라이트 불빛이 드리워졌다.
“안녕, 예쁜아.”
그렇게 이연은 다시금 그와 만났다.
남자는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저 이연이 먼저 이야기해 주길 가만히 기다리는 것처럼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역시 이상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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