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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그의 이름은 19

3,900
상세정보
  • 마지은 3,900 2022-06-29 로맨스 전1권 979-11-6758-914-9
  • “저기요. 그 맥주요…. 하나만 저한테 팔지 않으실래요?”
  • 작은 키, 자그마한 체구, 걸치고 있던 롱코트가 유독 커 보였다.
    딱 보아도 미성년자.
    여자가 맥주 두 캔을 사려 하자 눈치 빠른 알바생은 신분증을 요구했다.
    편의점에서 형성된 묘한 대치 상황은, 평소 주변에 관심을 두지 않는 창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자를 알고 있다. 2025호. 옆집 거주자.
    여자는 단호한 알바생의 태도에 결국 맥주를 포기했다.
    창수는 얼마 안 가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자를 다시 만났다.

    “저기요. 그 맥주요…. 하나만 저한테 팔지 않으실래요?”

    만만하게 보였을까, 이 아이 눈에 내가.

    “줄 것처럼 굴었잖아요, 아니에요?”
    “신분증 가져와요. 집에 있다며. 학생증 말고.”

    여자는 그가 건네는 사탕을 받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현관문을 열려는 창수의 주의를 붙든 것은 조용한 복도에 울리는 까랑까랑한 목소리였다.

    “지금은 내가 현금이 없어요. 사탕값은 다음에 갚을게요. 명창수 씨.”

    그의 이름만 유독 또박또박 끊어 뱉은 후 여자는 벌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쾅.
    커다란 소음에서 비롯된 진동이 오래도록 복도에 남았다. 창수는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맹랑한 여자는 이후에도 그의 가슴에 알 수 없는 울림을 선사하는데….

    *

    “나 오늘 졸업했어요.”
    “알아. 축하해.”
    세상 무미건조한 축하 인사였다.
    전에도 그러더니, 축하의 사전적인 의미를 모르나.
    “축하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해 줘야죠.”
    “기뻐. 즐겁고.”
    헐. 상갓집 문상 온 줄. 차라리 말을 말아야지.
    “선물 줘요.”
    “내가 왜.”
    “나 좋아하잖아요.”
    심장이 쿵, 떨어졌다.

    “난 명창수가 갖고 싶어요. 그러니까 저번처럼 오늘도 같이 자요.”
    “그것만 빼고.”
    “그럼 섹스해요, 우리.”
    “…….”
    “자는 것만 빼고 된다면서요?”
    “…….”
    이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부끄러운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 꼴로 어딜 나가. 옷 입고 가.”
    창수가 낮게 읊조렸다. 이든은 제 팔을 잡은 커다란 손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가지 말라는 소리는 절대 안 하지? 명창수는 제일 쉬운 그 말은 죽어도 안 할 거지? 그래, 알아.
    이든은 손을 탁, 쳐서 떨쳐내고 눈을 치떴다.
    “상관 마.”
    창수를 노려보는 발개진 눈동자에 그렁그렁 물기가 차올랐다.
    “등신. 줘도 못 먹고.”
    이든은 홱 돌아서서 문을 벌컥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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