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짐승의 젖이었다. 동백이 입술에 고인 백탁액을 혀로 깔끔히 핥아냈다. 높으신 양반들만 맛본다는 타락 맛이 조금 요상하긴 했지만 썩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것으로 더럽혀진 것이 미안한지 여전히 동백만을 바라보는 흑돌에게, 동백이 어른스럽고 의젓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맛이 좋구나. 장하네, 우리 흑돌이.”
“저기요……. 귀신이면 물러가고 사람이면… 사람이에요?”
동백은 어릴 적부터 함께 해온 흑마(黑馬),
흑돌이를 타고 고개를 넘던 중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러나 웬걸.
잠이 들었다 깨보니 낯선 사내가 알궁둥이를 까고 끙끙 앓고 있지 않은가.
“흑, 흑돌이는 어디 간 게지?”
쩔쩔매며 중얼거리는 음성에 사내가 고개를 들어 보였다.
게슴츠레한 까만 눈동자가 목소리만큼 애처로워 보인다.
“여기 있잖아요…….”
“네? 어디요?”
사내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느 곳에도 흑돌이는 보이지 않았다.
보통 덩치가 큰 놈이 아닌 데다 칠흑같이 검다래 안보일 놈이 아닌데.
“제가 흑돌이잖아요, 동백 아씨. 왜 몰라봐주오…….”
그제야 낯선 사내의 눈이 사람 같지 않게,
흑요석처럼 온통 검게 뒤덮여 있는 것이 보인다.
“정말…… 네가 흑돌이인 게야?”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동백이 말을 잇지 못하는데,
흑돌이가 동백의 손을 잡아끌어 제 중심부에 갖다 댔다.
“아래가……. 아래가 터질 것 같이 뜨거워요.”
“…….”
“동백 아씨……. 도와주셔요. 어떻게 좀 해주셔요.”
대관절 저게 다 무언지. 낯부끄럽고 어찔하다.
하나 팔뚝보다 실한 것이 바짝 서 끙끙대는 모습을 보자 걱정이 밀려온다.
큰일이 나도 보통 큰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흑돌이를 빨리 낫게 할 수 있을까.
그때,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소젖을 짜던 아낙이 이렇게 짜주어야 소가 아프지 않다고 말했었던 기억이 스쳤다.
흑돌이가 아픈 것도 분명 이 안에 타락이 들어 그런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이렇게 말갛고 하얀 것이 흘러나오지.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흑돌아. 조금만 참거라. 내가 곧 아프지 않게 해줄 테니.”
***
얼굴에 흐르던 액체가 기어코 동백의 입술까지 내려와 입으로 스며들었다.
비릿하면서도 어딘가 향긋하게 감도는 단맛이 혀끝에 흘렀다.
그 감칠맛에 동백은 겨우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이것은 짐승의 젖이었다.
동백이 입술에 고인 백탁액을 혀로 깔끔히 핥아냈다.
높으신 양반들만 맛본다는 타락 맛이 조금 요상하긴 했지만 썩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것으로 더럽혀진 것이 미안한지 여전히 동백만을 바라보는 흑돌에게,
동백이 어른스럽고 의젓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