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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갈기를 손에 쥔 동백꽃

검은 갈기를 손에 쥔 동백꽃 19

9,800
상세정보
  • 숲지 9,800 2022-06-23 로맨스 전4권 979-11-6758-912-5
  • 이것은 짐승의 젖이었다. 동백이 입술에 고인 백탁액을 혀로 깔끔히 핥아냈다. 높으신 양반들만 맛본다는 타락 맛이 조금 요상하긴 했지만 썩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것으로 더럽혀진 것이 미안한지 여전히 동백만을 바라보는 흑돌에게, 동백이 어른스럽고 의젓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맛이 좋구나. 장하네, 우리 흑돌이.”
  • “저기요……. 귀신이면 물러가고 사람이면… 사람이에요?”

    동백은 어릴 적부터 함께 해온 흑마(黑馬),
    흑돌이를 타고 고개를 넘던 중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러나 웬걸.
    잠이 들었다 깨보니 낯선 사내가 알궁둥이를 까고 끙끙 앓고 있지 않은가.

    “흑, 흑돌이는 어디 간 게지?”

    쩔쩔매며 중얼거리는 음성에 사내가 고개를 들어 보였다.
    게슴츠레한 까만 눈동자가 목소리만큼 애처로워 보인다.

    “여기 있잖아요…….”
    “네? 어디요?”

    사내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느 곳에도 흑돌이는 보이지 않았다.
    보통 덩치가 큰 놈이 아닌 데다 칠흑같이 검다래 안보일 놈이 아닌데.

    “제가 흑돌이잖아요, 동백 아씨. 왜 몰라봐주오…….”

    그제야 낯선 사내의 눈이 사람 같지 않게,
    흑요석처럼 온통 검게 뒤덮여 있는 것이 보인다.

    “정말…… 네가 흑돌이인 게야?”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동백이 말을 잇지 못하는데,
    흑돌이가 동백의 손을 잡아끌어 제 중심부에 갖다 댔다.

    “아래가……. 아래가 터질 것 같이 뜨거워요.”
    “…….”
    “동백 아씨……. 도와주셔요. 어떻게 좀 해주셔요.”

    대관절 저게 다 무언지. 낯부끄럽고 어찔하다.
    하나 팔뚝보다 실한 것이 바짝 서 끙끙대는 모습을 보자 걱정이 밀려온다.
    큰일이 나도 보통 큰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흑돌이를 빨리 낫게 할 수 있을까.
    그때,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소젖을 짜던 아낙이 이렇게 짜주어야 소가 아프지 않다고 말했었던 기억이 스쳤다.

    흑돌이가 아픈 것도 분명 이 안에 타락이 들어 그런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이렇게 말갛고 하얀 것이 흘러나오지.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흑돌아. 조금만 참거라. 내가 곧 아프지 않게 해줄 테니.”

    ***

    얼굴에 흐르던 액체가 기어코 동백의 입술까지 내려와 입으로 스며들었다.
    비릿하면서도 어딘가 향긋하게 감도는 단맛이 혀끝에 흘렀다.
    그 감칠맛에 동백은 겨우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이것은 짐승의 젖이었다.

    동백이 입술에 고인 백탁액을 혀로 깔끔히 핥아냈다.
    높으신 양반들만 맛본다는 타락 맛이 조금 요상하긴 했지만 썩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것으로 더럽혀진 것이 미안한지 여전히 동백만을 바라보는 흑돌에게,
    동백이 어른스럽고 의젓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맛이 좋구나. 장하네, 우리 흑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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