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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약섬 저
4,800원
2022-10-06
로판
전2권
979-11-6938-2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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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말해. 난 너 하나면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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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오빠 라일로 변장하고 살아가는 라이라.
자신은 가짜일 뿐이라는 자괴감과, 모두를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이 그녀를 좀먹어 가고.
전쟁터에서 돌아온 주군과 술김에 동침하고 마는데…….
“카디스 님. 저희가 왜 한 침대에서 자고 있죠?”
“우리 일냈다.”
“남자끼리 어떻게 일을……, 치른다는 거죠?”
“되던데?”
지난 밤일을 덤덤하게 되새겨주는 카디스와 현실을 부정하는 라이라.
“이상한 소문이라도 돌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카디스 님은, 대를 이으셔야 한단 말이에요……!”
“그럼 네가 낳아주든가.”
“어, 억지 부리지 마세요! 저는 남자란 말이에요! 남자가 어떻게 아이를 낳나요?”
“아아, 그러냐? 그런 것치곤 잘만 들어가던데? 아주 쑥쑥, 들어갔다고.”
라이라의 거듭되는 부정에 카디스가 오른팔을 세워 허공을 퍽퍽 쳐올리기 시작한다.
“그 정도면 애도 낳을 수 있는 거 아냐?”
올라가 있던 팔이 스르륵 내려가자, 라이라는 저도 모르게 하반신에 바짝 힘을 줬다.
저 우람한 팔뚝이 마치 제 밑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자신은 정말 지난밤 주군과 동침한 걸까?
결국,
한계에 다다른 라이라는 카디스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
“만약 라일이 영지를 떠나거든, 그 녀석 주변에 달라붙는 벌레 새끼는 죽여라. 한 놈도 남김없이.”
그런 라이라에게 찾아온 또 다른 위기.
“고마워해라, 라일. 오늘 널 암컷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한계에 다다른 것은 라이라뿐만이 아니었다.
카디스 역시 오래도록 품어왔던 연심과, 그에 상응하는 짐승 같은 성욕을 폭발시킨다.
“제 몸을 원하시는 거죠? 알겠어요. 드, 드릴게요. 그러니 더는, 이렇게 망가지지 말아 주세요. 저 같은 거 때문에…….”
라이라가 더없이 순종적인 태도로 카디스를 올려다봤다.
하지만 카디스는 속지 않았다.
이렇게나 취했다면 어차피 다음 날엔 기억도 못 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게 빤히 보였으니까.
카디스는 입매를 비틀어 웃다가 라이라의 턱을 휙 잡아 들었다.
“네가 주는 게 아니야.”
“네?”
“내가 주는 거지.”
카디스가 못 알아듣는 라이라의 귓가에 대고 친히 속삭였다.
“내 동정. 너한테 주는 거라고.”
이번엔 진짜다.
진짜 정조의 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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