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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나는 그림자

향기 나는 그림자 19

7,000
상세정보
  • 채은 7,000 2022-03-04 로맨스 전2권 979-11-6758-648-3
  • 왜 하필이면, 너를 좋아해서는.
  • *이전에 출간된 원고를 재출간한 작품입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엘가백화점 회장의 하나뿐인 외동딸, 서정연.
    그녀는 상무로 취임하며, 어릴 적부터 몰래 마음에 두었던 태성을 제 직속 비서로 앉힌다.
    조금이라도 그와 가까워지고 싶은 정연과 달리 태성은 그녀와 거리를 두려고 한다.

    “강 비서. 이것도 혹시, 할아버지 명령이야?”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나한테 이렇게 거리 두는 거, 불편하게 존대하는 거.”

    11년 전, 화재에 휘말린 정연을 구하느라 부상을 입고 꿈은 접게 된 태성.
    사고 이후 제 밑에서 묵묵히 일하는 그를 보며,
    죄책감과 안타까운 마음이 뒤섞인 정연이 홀로 속을 끓이던 어느 날,

    “강 비서. 우리, 술 한잔 더 할래?”
    “그만 드시죠. 취하신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마음은 자꾸만 짙어져 가고,
    그는 점점 흔들리고 마는데….

    ***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그의 시선이 먼 산을 바라보다 아래로 뚝 떨어졌다. 제 품에 폭 안겨 든 정연의 정수리를 보고 나니 들숨이 목에 붙들렸다.
    “사, 상무님.”
    겨우 뱉은 목소리가 답지 않게 주춤댔다. 여태 찬 바람에 얼어 있던 얼굴이 삽시간에 더워졌다. 쿵 튀어 오른 심장 소리가 고스란히 정연의 볼에 닿고 있었다.
    당혹감이 밀려와 등줄기가 뻣뻣해졌다. 저절로 한 발짝 뒤로 밀린 다리가 벤치에 턱 걸려 버렸다.
    어젠 옷을 벗기려 들더니 이젠 덥석 품에 안겨 들고. 어떻게 된 게 이 여자의 과감함은 날로 진화하는 건지.
    이 추위에 진땀이 바짝 났다.
    “잠시,”
    “……나 미워하는 거 알아.”
    일순간, 태성은 품 안에서 웅얼대는 소리에 숨을 멈추었다.
    “멋대로 이러는 거, 황당하고 싫을 거란 것도 알고…….”
    가슴으로 울리는 목소리는 불과 몇 분 전과 달리 힘이 빠져 있었다. 마치 울다 지친 사람처럼.
    “그런데…… 딱 1분만 참아 줘. 진짜 딱, 1분만 기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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