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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 칼날

독과 칼날 19

2,800
상세정보
  • 한라 2,800 2022-03-18 BL 전1권 979-11-6758-686-5
  • 테르칸 아르헤는, 에데네 베르나에게 철저하게 악역이 된다.
  • 테르칸의 인생이란 대체로 고통과 파멸의 한가운데를
    전진하며 생존해내는 일로 채워져 있었다.

    평민 출신인 그는 남작 위를 하사받은 전쟁 영웅이 되어
    참석한 어느 연회에서 부드러운 갈색머리의 청년과 마주치게 된다.

    “아… 혹시 인적이 드문 곳을 찾으시나 해서요.
    연회가 있는 밤에는 정원에도 사람이 많거든요.”

    흰 피부에 발그레한 물이 들어 보는 사람까지 웃음 짓게 만드는 두 뺨,
    영웅 소설의 다음 내용을 간절히 기다리는 소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긴장을 감추지 못해 옷자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길고 섬세한 손가락.

    폭력과 유혈의 세계에서 살아온 테르칸에게
    에데네는 생전 처음 보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어째서 저 미소만 보면 이렇게 마음이 혼란스러울까?
    웃고 있는 에데네는 마치 태양처럼 시야를 온통 눈부시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울리지 않게 따뜻했던 시간도 잠시,
    테르칸은 지독한 운명의 안배에 헛웃음을 짓게 된다.

    “이 꽃이 아름답다고 하셨습니까.
    하지만 제 눈에는 꽃보다도 당신이 훨씬 아름답습니다.”

    당신 앞의 남자는 시커먼 속을 숨긴 악인이야.

    “부디, 제 마음을 알아주세요.”

    제발 도망가.

    테르칸은 차가운 칼끝이 심장을 파고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눈앞에 존재하는 사랑스럽고 빛나는 웃음을 영영 마음속에서 몰아내지 못하리라는,
    저주와도 같은 예감이 들었다.

    테르칸 아르헤는, 에데네 베르나에게 철저하게 악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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