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죽어 따끈따끈한 저승사자가 된 견습생 가비.
저승사자가 되면 기억이 지워진다는 항간의 소문과 달리 가비는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다.
불행한 가비의 삶을 동정한 염라대왕의 배려 때문이었다.
염라대왕은 가비에게 저승사자로서 임무를 백 건 채우면 원하는 곳에 환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가비는 이에 응하게 되는데…….
이승에서 활동하려면 2인 1조로 움직이는 게 당연한 일.
그런데 하필 선배 저승사자가 우물에 빠지는 터에 가비는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네가 혼자 갈 수밖에."
"하지만 저 초행인데요?"
선배도 없이 혼자 입무를 환수해야만 하는 사명을 떠맡은 가비.
그녀가 데려가야 하는 혼백은 다름아닌 폭군으로 소문난 왕이었다.
"유송하, 유송하, 유송하."
그런데, 세 번 부르는 이름이 어딘가 모르게 낯익다.
저승에도 인력이 모자라나? 계집이 사자 노릇을 하다니.”
그런데 고분고분 따라와야 할 이 혼백, 무척이나 발칙하다.
아니, 죽었으면 그냥 따라오라는 대로 따라올 것이지 제게 대뜸 반말에, 무시하는 말투에, 도무지 저를 저승사자로 존중해주지 않는 혼백이다.
내가 거두지 않으면 당신은 원귀가 되어 구천을 떠돌 거예요.”
협박도 해보지만,
“원귀가 되어도 좋지. 악명을 떨친 왕이 죽어서 원귀가 된다면 그보다 더 어울리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런데 이 빌어먹을 혼백은 협박도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자님. 내가 아직 숫총각이라 이대로 저승가기가 원통한데, 저승에 데려갈 땐 데려가더라도 숫총각은 면하게 해주면 안 되는 건가?”
아니. 이 뜬금없는 부탁은 뭐란 말인가.
***
그녀를 벽에 밀어붙이고 번쩍 들어 올린 사내가 대뜸 한쪽 팔씩 그녀의 다리 아래로 넣더니 그녀의 양쪽 무릎을 그의 팔 위에 얹고 넓게 벌렸다.
졸지에 사내의 팔에 무릎을 얹은 채로 다리가 활짝 벌어진 가비가 놀라서 허둥거렸다.
도포만 겨우 입었는데, 그 도포의 앞자락은 다 벌어져서 젖가슴이 불룩 튀어나왔고 벌거벗은 아래는 잔뜩 벌어진 채로 제 음부가 고스란히 드러나니 어찌 아니 놀라겠는가.
기겁하고 있는 가비의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사내가 슬쩍 눈을 들었다.
그의 숨결이 가비의 젖무덤을 적셨다.
“죽은 자도 쌀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싸지 못하면 계속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죽어서 좋은 건 지치지도 않고 이놈이 시들지도 않는다는 거지.”
아니, 숫총각이라면서.
숫총각이 그걸 어찌 그리 잘 알아!
“거, 거짓말쟁이.”
가비가 겨우 그 말을 내뱉었다.
“거짓말쟁이? 내가?”
“초, 총각도 아니면서.”
“내가 총각이 아니라고 누가 그러더냐?”
“매, 매독으로 죽었잖소.”
“아, 그렇지.”
사내가 픽 웃었다.
그런데 웃는 모습도 잘생겼다.
미치겠다. 너무 잘생겨서 미치겠다 정말.
“매독으로 죽었지.”
“그런데 무슨 총각이라고….”
“그런데 총각이지.”
“말도 안 되는… 하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