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로 잡혀 온 미장부와 얼렁뚱땅하게 된 혼례이긴 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잘살아 보기로 했다!
오갈 데 없는 저를 거두어 준 것이 감사하여 온갖 서운한 일에도 불평하지 않았건만.
이제는 전쟁 포로와 혼인을 하란다. 그것도 지금 당장.
안됐다며 약 올리는 소녀들 틈에서 속만 끓던 서미는 무언갈 발견하고 상냥하게 웃어 보였다.
“다들 모르고 계시는가 보네요.”
“모르다니, 무엇을요?”
“제 신랑감은 제가 직접 고를 거랍니다.”
서미가 가리킨 손끝,
마치 햇빛이 어느 한곳에만 쏟아지는 듯 환한 모습의 사내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칠흑 같은 눈동자에, 활짝 핀 꽃마저 부끄럽게 만드는 외모였다.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이 잘생긴 남자를 가리키자 말문이 막힌 소녀들의 낯빛이 거무죽죽해졌다.
통쾌해도 이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포로로 잡혀 온 미장부와 얼렁뚱땅하게 된 혼례이긴 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잘살아 보기로 했다!
* * *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속이 텅 비어 버린 사내를 애써 미소 짓게 했더니 다시 전쟁터로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그러고는 머지않아 시신을 수습할 틈도 없었다는 절망적인 소식까지.
그렇게 꼼짝없이 평생을 과부로 살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이 살아 돌아왔다고?
다치지도 않고 혁혁한 공도 세우고 비복이 딸린 훌륭한 기와집까지.
어렴풋 비범한 사람인 줄은 알았으나 이렇게까지 출세하다니….
게다가 이 남자, 행동거지가 어째 수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