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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리 저
3,500원
2021-11-23
로판
전1권
979-11-6758-3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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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화에는 마법이 풀리는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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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품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단다. 꼭 성공해야 해.”
후작 부인의 후원 아래 보육원에서 자란 세라피나.
부인의 부탁으로 트루빌에서 열리는 그림 경매에 대신 참가하게 되는데.
왕국의 귀족들이 여름마다 모여든다는 휴양 도시이자 예술의 도시.
눈 부신 햇살 아래 벨벳처럼 펼쳐지는 해안가, 끊임없이 철썩이는 파도 소리.
그 중심에 선 분홍빛 호텔 트루빌.
하지만 꿈에 그리던 바닷가 도시의 화려함을 만끽하기도 잠시.
“세상에, 과거에서 왔나.”
촌스러운 차림에 무시를 당하고.
“그런 이름은 리스트에 없습니다만.”
호텔 체크인조차 못 할 위기에 처한다.
“찾던 게 맞습니까?”
“네? 찾던 사람, 아니 책 맞아요. 감사드려요!”
그런 그녀 앞에 동화 속 왕자님보다 더 완벽한 남자가 등장하고.
[티 하우스에서 같이 브런치는 어떠십니까? 오실 때까지 기다리죠. - 카디멈]
심지어 매일 아침 꽃다발과 데이트 초대장을 보내온다.
공작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마음속 파도는 몸집을 불려가지만.
세라피나는 곧 이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게 될까 봐 두렵기만 한데.
“속은 사람이 없으면, 속인 사람도 없는 겁니다.”
여느 동화에서처럼 세라피나의 마법도 결국 풀리는 순간이 오게 될까.
***
“공작님….”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가만히 불러봤다. 덜위치 하우스의 작은 고아였던 자신이 트루빌에 와서 공작님과 데이트를 하고, 요트를 타고, 지금은 그의 품 안에 있다. 오늘 함께 헤엄친 저 바다 같은 눈동자에 자신만이 가득하다.
“네, 세라피나.”
카디멈이 입을 벌려 세라피나의 목덜미 한쪽을 아프지 않게 물었다. 입술 가득 머금으니 뜨거운 혀가 안쪽에서 뭉근히 말리며 여린 살점을 빨아들인다.
“아까, 흐읏, 아까처럼이 좋아요.”
“뭐가…?”
그는 키스를 멈추지 않고 물었다. 느른한 중저음이 맥동하는 가슴 주변을 서성인다.
“세라, 라고. 부르시는 거요.”
순간 남자의 웃음소리가 마치 잔물결처럼 그녀의 몸 위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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