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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 멜루시네

디에 멜루시네 19

13,800
상세정보
  • 윤채리 13,800 2022-06-23 로판 전5권 979-11-6758-894-4
  • 아래로, 더 아래로. 하나로 얽힌 두 사람이 심해까지 깊숙히 가라앉았다.
  • ※ 본 도서 3권에는 삽화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남자가 휘두른 칼 끝에
    빛 한자락 스미지 않던 유리 수조의 모서리가
    쩍, 소리와 함께 금이 갔다.

    칠흑의 바다처럼 검은 머리카락과 짙은 눈썹.
    그 아래 보름달처럼 형형한 금빛 눈동자가 인어를 느른하게 응시했다.

    “꺼내 와. 산 채로.”

    어둠에서 그녀를 구해주고.

    “멜루시네. 그게, 이제부터 네 이름이다.”

    또 이름 지어준 남자.

    매일, 밤새 보고 있어도 지겹지 않았다.

    “좋아….”

    마치 잔물결이 입술 주변을 간질이다 심장까지 흘러내리는 기분.

    여자는 직감했다.

    그토록 기다려오던 제 세렌히데, 운명의 상대를 드디어 만났다는 걸.

    *

    “왜. 도망이라도 치려고?”

    그의 첫 전리품이 된 물고기, 자신의 소유.
    이젠 제 것이 되었는데도 저 여자는,
    인어는 아직도 바다에 속한 존재 같다.

    “똑똑히 봐둬. 멜루시네.”

    그에게 붙잡힌 턱을 바르르 떨면서,
    여자는 눈 앞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봤다.

    “다신 볼 수 없을 테니.”

    키에론이 제게로 파고들 때마다
    그녀는 온몸이 반으로 쪼개질 것만 같았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서 느닷없이 풍랑을 만난 것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휩쓸려간다.

    “하으… 흐. 키에론….”

    그녀가 그리웠던 건 아마도 이 아득한 감각.
    혹은 남자의 온기와 절실해 보이는 부딪음.

    아래로, 더 아래로.
    하나로 얽힌 두 사람이 심해까지 깊숙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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