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남자의 손아귀에서 죽을 순 없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이 남자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고 죽으리라.
※본 작품은 강압적인 관계, 폭력 등 호불호가 나뉠 만한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용 시, 참고 바랍니다.
“오월아.”
5년 전 5월, 처음 이 집에 들어온 날부터 남자는 저를 그렇게 불렀다.
“도망칠 궁리 그만하고.”
남자의 발치 아래 무릎을 꿇어앉은 채 몸을 덜덜 떨었다.
죽어도 이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하고 아득한 불안이 엄습했다.
“더러운 깡패 새끼.”
“너는 그 더러운 깡패 새끼 돈 빌어먹고 살잖아.”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문 채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가소롭다는 듯이 붉은 기가 감도는 입술을 비틀어 올려 웃었다. 곧이어 조금 풀린 눈으로 저를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머리채를 잡아 확 밀어젖혔다.
고개가 뒤로 꺾이며 무언가로 목이 졸리는 것만 같은 극한의 고통을 느꼈다.
곧장 숨이 끊어질 듯했다. 입에서는 짐승과 비슷한 유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한 번만 더 도망치면, 그땐.”
남자의 반듯한 셔츠가 다 구겨질 정도로 잡아당기며 버둥거렸다.
마지막 발악을 구경하기라도 하듯 빤히 바라보던 남자가 귓가에 속삭였다.
“기어 다니게 될 거야.”
이 이상 기어올랐다간 가만두지 않겠다는 확실한 경고.
눈앞이 흐려지며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와중에도 남자의 섬뜩한 목소리는 선명히 고막을 파고든다.
“알았지, 오월아?”
비정한 남자의 손아귀에서 죽을 순 없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이 남자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고 죽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