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혀처럼 두 갈래로 미끄러져 들어간 손가락이 얌전히 다물린 속살을 벌리고 점막을 훑었다. 입구를 지분거리던 손가락 하나가 좁은 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누군가의 침입을 허락한 적 없는 성역. 낯선 이를 경계하듯 단단히 다물린 곳을, 그는 너무도 쉽게 침입했다.
살아있는 성녀 예리엘.
그녀는 그렇게 불렸다.
천사의 음성을 듣게 된 열두 살 때부터.
“신의 종으로서 오로지 그분만을 섬기고, 그분만을 사랑하며, 그분만을 믿고 따를 것을 서약합니까?”
“내 영혼의 주인이신 그분의 이름으로. 서약합니다.”
자신을 성녀로 만들어 준 신의 전령사 벨.
그를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약속은 기억하지? 예리엘.”
평소보다 낮은, 진득하게까지 느껴지는 천사의 목소리.
어쩐지 묘한 느낌이 들려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예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천천히. 제대 위로 올라가.”
“제, 제대 위로?”
“신은 제게 바쳐진 제물을 가장 기꺼워하지.
신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서는 네가 직접 제물이 되어야 해.”
허벅지를 뱀처럼 타고 올라간 손이 반듯하게 자리 잡은 수풀을 헤쳤다.
그 안에 도톰하게 자리한 살덩이가 질척한 체액과 함께 그를 맞아들였다.
“완전히 젖었네, 예리엘.”
“흣, 으응……, 보지 마……!”
가냘픈 손이 은밀한 부위를 침범하려는 이방인을 붙잡았다.
그러나 침입자가 제멋대로 휘젓는 것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부끄러워하지 마. 이거야말로 신이 가장 흡족해하는 제물이니까.”
뱀의 혀처럼 두 갈래로 미끄러져 들어간 손가락이 얌전히 다물린 속살을 벌리고 점막을 훑었다. 입구를 지분거리던 손가락 하나가 좁은 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누군가의 침입을 허락한 적 없는 성역.
낯선 이를 경계하듯 단단히 다물린 곳을, 그는 너무도 쉽게 침입했다.
맨 처음 그녀의 입술을 파고들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