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학창 시절, 병명을 알 수 없는 미열과 가슴 통증에 자주 시달렸다.
덕분에 지각과 조퇴, 출석도 부지기수였고, 불안정한 학교생활로 반에서도 겉돌았다.
외로운 일상은 전학생의 등장으로 사뭇 달라지기 시작한다.
훤칠한 신장과 커다란 체격, 섬세한 아름다움을 지닌 미인.
평소처럼 자신과는 동떨어진 세계의 일이라 생각했던 그녀에게 전학생은 친절을 베풀어 왔다.
“주혁아. 나한테 왜 이렇게 잘 해줘?”
“네게서 향이 났으니까.”
“……향?”
“응. 축(丑) 특유의 체향.”
의미 모를 말을 내뱉는 주혁의 눈빛이 일순 소름 끼치도록 번들거렸다.
“……너는 도대체 뭐야?”
“나는 직계야. 진(辰)의 직계.”
“그게, 무슨…….”
“인사만 하고 떠날 생각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어. 네 곁에 계속 머물기로.”
봄의 내음을 가득 머금은 미풍이 머리칼을 부드럽게 얼렀다.
하지만 지아는 주혁의 휘어진 눈매 안의 동공이 기이하게 비틀리는 것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
분명히 인간의 형상에 가까워지고 있을지라도, 아직 온전한 인간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주혁과 기어코 교접하는 상황이 주는 쾌감이 잔악하리만치 짙고 선명했다.
인간이 아닌 존재와 교접하며, 그와 마찬가지인 일개 암컷이 되었다는 사실이 뇌리에 낙인처럼 새겨져 각인되었다. 그로 인한 통증과 전율이 심장을 저몄다.
주혁의 모든 좆을 맛본 암컷이 되었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다.
이런 자신을 몹시도 음탕한 존재라며 세상이 탕녀처럼 취급할지라도, 그저 기쁜 마음뿐일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