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갑지 않다는 이유로, 약혼자에게 불명예스러운 파혼을 당한 루나. 우성 알파로 태어났으나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편 내조와 후계자 생산을 위한 인형처럼 살아왔다.
살갑지 않다는 이유로, 약혼자에게 불명예스러운 파혼을 당한 루나.
우성 알파로 태어났으나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편 내조와 후계자 생산을 위한 인형처럼 살아왔다.
“대체 어떻게 했길래, 영식이 화가 난 것이야!”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딸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못난 아비와 가만히 방관하는 어미. 그리고 그 옆에서 비웃는 오라버니.
“아직 한 곳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디아즈 대공가.”
“무슨 소리냐! 괴물이나 다름없는 자에게 시집을 가겠다는 것이냐!”
황제가 제 자식들보다 더 싸고돈다는 조카, 디아즈 대공.
소문의 당사자는 영지에서 두문불출하여 추측들만 난무했다.
과거 사고로 다친 얼굴이 괴물 같다거나, 우월한 형질 때문에 미쳐 사람을 죽인다거나.
그럼에도 그녀는 이 지긋지긋한 집에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다면 두려울 게 없었다.
*
“처음 뵙겠습니다. 루나 폰 라미레즈라고 합니다. 방금 도착하였…….”
그러나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도달한 남자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하.”
거친 그의 반응에 루나는 마음을 가다듬고서 말하려고 했으나, 이번에도 그가 빨랐다.
“장미 향이라…….”
그러면서 다짜고짜 그녀를 안아 올렸다.
“지금 이게 무슨!”
“첫날밤이 꼭 밤이란 법이 있나?”
“이 무슨 무례한!”
“하! 팔려 온 주제에 예를 갖춰 대해 주길 바라나?”
날카롭게 후비는 그의 말에 그녀는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분하나, 그녀가 앞으로 독립하기 위해선 이 남자의 동의가 절실했다.
“그냥 다리만 벌려. 그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소리 없이 올라가는 입꼬리가 진심으로 기쁜 듯 보였던 건, 그녀의 착각이었을까?
열린 방문 사이로 어두운 침실이 보였다. 커튼으로 꼭꼭 감춘 방 안은 마치 포식자의 입 속처럼 어둡고 흉포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