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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은 고결하고도 천박했다

우리의 밤은 고결하고도 천박했다 19

6,200
상세정보
  • 봉나나 6,200 2021-03-16 로맨스 전2권 979-11-6470-817-8
  • 곤은 나를 싫어한다. 그 애는 나를 볼 때면 늘 화가 난 표정을 지었고, 분에 찬 듯 씩씩거렸다. “등신처럼 구는 것도 존나 꼴 보기 싫어, 너.” 그런데, 어느 날부터 자꾸만 입을 맞춰 온다.
  • ※ 본 작품은 강압적 관계, 노골적인 묘사 등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곤은 나를 싫어한다.

    그 애는 나를 볼 때면 늘 화가 난 표정을 지었고,
    분에 찬 듯 씩씩거렸다.

    “등신처럼 구는 것도 존나 꼴 보기 싫어, 너.”

    그런데,
    어느 날부터 자꾸만 입을 맞춰 온다.

    그럴 때면 나는 그 애한테 지고 싶지 않아서 악을 쓰고 곤의 키스를 받았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적의가 뚜렷한 시선을 던지면서, 전쟁하듯 혀를 섞었다.

    “내가 괴롭힘을 당하든, 놀림을 당하든, 이제 나한테 신경 꺼.”
    “싫은데.”
    “…뭐?”
    “싫다고. 니가 해 달라는 대로 안 해. 싫어, 이 나쁜 년아.”

    우리는 설익은 과일 같아서
    떫고, 쓰고,
    또 어색하기만 했다.

    ***

    “너 너무, 급해….”

    입술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 바람에 모자란 숨을 색색 내쉬었다.
    곤은 그런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내가 급해?”
    “아윽, 아!”

    곤은 일그러진 내 얼굴에 입술을 맞추었다. 침대 시트를 꽉 거머쥔 손이 새하얗게 질리고,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길이 타력에 의해 벌어졌다.

    “난 너 처음 봤을 때부터, 너랑 이러고 싶었어, 경서야.”

    침대 위에 벌거벗은 채로 엉킨 우리 모습은 천박하기 그지없는 짐승들 같았다.

    묻고 싶었다. 우리의 행위가 가지는 의미를.
    하지만 물을 수 없었다.

    행여나 사랑일까 겁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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