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뜸 전날 꿈에 불쑥 나타났다. 그러곤 망자의 날, 자신의 집 제단에 올려진 본인의 머리카락을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하면 너를 만나러 오겠다고….
사고는 갑작스러웠다.
전할 중요한 말이 있어 찾아오겠다는 친구는
비가 추척추적 떨어지는 밤,
자동차 후미를 덮친 트럭에 깔려 죽었다.
이후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반년 전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반쯤 미쳐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정말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꿈에서 보자 수없이 빌어도 얼굴 한 번 내밀지 않던 친구가
대뜸 전날 꿈에 불쑥 나타났다. 그러곤 망자의 날,
자신의 집 제단에 올려진 본인의 머리카락을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하면 너를 만나러 오겠다고….
*
“……루이?”
그의 손길에 내 몸이 가볍게 뒤로 돌려지며 짚고 있던 현관문이 쾅, 닫혔다. 환한 미소가 보였다.
“맞아, 나야.”
진짜 루이스다.
“아, 아아…….”
나는 바보같이 입만 뻐끔거렸다. 눈물에 시야가 흐려지며 뺨을 적셨다. 그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정작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흐느끼며 루이스를 꼭 끌어안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웠다. 너무 그립고 그리워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루이스의 품에서는 내 기억과 똑같은, 여름밤의 싱그럽고 포근한 풀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