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란 나라에서 눈을 뜬 순간, 해가 뜬 낮에는 반가의 규수로, 달이 뜬 밤에는 칼잡이 무사로 살아왔다. “저는 아주 비쌉니다.” 서연의 시건방진 말에 무가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감히 일국의 세자 면전에 대고 금전을 요구하는 맹랑한 사내라니. “나는 가질 수 없는 것에 욕심내지 않는다. 그저 욕심이 나지 않게 만들면 될 터.”
조선이란 나라에서 눈을 뜬 순간,
해가 뜬 낮에는 반가의 규수로, 달이 뜬 밤에는 칼잡이 무사로 살아왔다.
“저는 아주 비쌉니다.”
서연의 시건방진 말에 무가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감히 일국의 세자 면전에 대고 금전을 요구하는 맹랑한 사내라니.
“나는 가질 수 없는 것에 욕심내지 않는다. 그저 욕심이 나지 않게 만들면 될 터.”
아니, 맹랑한 사내가 아니라 여인이던가.
나름 의복을 갖추고는 있었지만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사내일 수 없는 골격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욕심을 부릴 까닭은 없지 않겠느냐.”
대답하는 얼굴은 권태로워 보였으나 필시 진심이었다.
퍽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금 저리는 소리를 줄줄 늘어놓는 사내를, 서연은 막막한 심정이 되어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