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자신은 그의 명줄을 보전할 목적의 액막이 신부일 뿐이었다. 그 소임을 다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파혼뿐. 하지만 마지막으로 그에게 하고 싶은 청이 있었다. “저와 하, 하룻밤을 함께 보내주실 수 있는지요?” 그는 말도 안 되는 청이라 하며 단호하게 거절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부인, 오늘 밤이 좋겠습니다.”
“부인께선 저를 잊으셨습니까?”
“…네? 이보세요, 지금 절 부인이라 하셨습니까?”
이련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게 무슨 일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정녕 몰라보시겠습니까? …그래도 제 이름은 기억하시겠지요?”
“설마 갈문왕 전하?”
오랜 전쟁이 끝난 모양이었다.
그와 혼인을 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자신은 그의 명줄을 보전할 목적의 액막이 신부일 뿐이었다.
그 소임을 다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파혼뿐.
하지만 마지막으로 그에게 하고 싶은 청이 있었다.
“저와 하, 하룻밤을 함께 보내주실 수 있는지요?”
그는 말도 안 되는 청이라 하며 단호하게 거절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부인, 오늘 밤이 좋겠습니다.”
이련은 서함이 농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의 얼굴에선 장난스러운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이련은 자꾸만 그를 향해 커지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