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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단젤 1,500 2020-09-22 로맨스 전1권 979-11-6470-488-0
  • “떠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왜 말도 없이 갔습니까?” “이상하게 날이 밝으면 돌이켜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쓸데없는 생각이군요. 이미 돌아갈 순 없습니다.” “사, 산진, 거길 너무……. 아응으으응…….” “남김없이 이렇게 날 꽉 조이면서.” “아읏.” “모른다는 듯 다 놓아버리고. 자고 일어나면 또 사라질 겁니까?”
  • 산진과의 두 번째 밤을 보낸 솔은 그와의 약조를 어기고 또 도망을 갔다.
    그녀는 해가 뜨면 번복을 하며 그의 뒤통수를 쳤는데, 그를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지금처럼 예상치도 못하게 그를 다시 만나곤 했다.
    우연이라 여기는 그녀와 다르게 사실 그는 계획 없이 그녀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가 우연을 실재(實在)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는 걸 그녀는 알지 못했다.

    “떠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왜 말도 없이 갔습니까?”
    “이상하게 날이 밝으면 돌이켜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쓸데없는 생각이군요. 이미 돌아갈 순 없습니다.”
    “사, 산진, 거길 너무……. 아응으으응…….”
    “남김없이 이렇게 날 꽉 조이면서.”
    “아읏.”
    “모른다는 듯 다 놓아버리고. 자고 일어나면 또 사라질 겁니까?”

    날카롭게 응시하는 산진의 눈이 매서웠다.

    “답해 주십시오.”
    “하아……. 하으읏……. 남겠습니다.”

    어디든 못 갈 것 같다. 그에게 박힌 상태에서 다른 곳은 꿈도 꿀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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