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왜 말도 없이 갔습니까?” “이상하게 날이 밝으면 돌이켜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쓸데없는 생각이군요. 이미 돌아갈 순 없습니다.” “사, 산진, 거길 너무……. 아응으으응…….” “남김없이 이렇게 날 꽉 조이면서.” “아읏.” “모른다는 듯 다 놓아버리고. 자고 일어나면 또 사라질 겁니까?”
산진과의 두 번째 밤을 보낸 솔은 그와의 약조를 어기고 또 도망을 갔다.
그녀는 해가 뜨면 번복을 하며 그의 뒤통수를 쳤는데, 그를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지금처럼 예상치도 못하게 그를 다시 만나곤 했다.
우연이라 여기는 그녀와 다르게 사실 그는 계획 없이 그녀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가 우연을 실재(實在)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는 걸 그녀는 알지 못했다.
“떠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왜 말도 없이 갔습니까?”
“이상하게 날이 밝으면 돌이켜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쓸데없는 생각이군요. 이미 돌아갈 순 없습니다.”
“사, 산진, 거길 너무……. 아응으으응…….”
“남김없이 이렇게 날 꽉 조이면서.”
“아읏.”
“모른다는 듯 다 놓아버리고. 자고 일어나면 또 사라질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