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윤은 수줍게 눈을 감은 도현의 얼굴이 멀어지기 전에 잡아챘다. 부드럽고 말캉한 입술을 감쳐 물고 단내를 들이마셨다.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공기 중에 감돌던 체향이 가까이서 느껴졌다. 달큰한 체향을 담뿍 음미하면서 매끄러운 입술을 핥았다. 타액에 젖은 입술끼리 맞닿아 내는 소리가 아까보다 더 적나라했다.
꿈에나 그렸던 키스는 달콤해서, 이 순간이 영원토록 이어졌으면 싶었다. 그토록 바라 마지않았던 키스의 끝맛은 씁쓰레했다. 갑자기 가라앉은 기분에 흥분도 식어 버렸다. 허상과도 같은 입맞춤을 계속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
이성을 되찾은 재윤은 감았던 눈을 뜨고 도현에게서 멀어졌다. 숨을 헐떡이면서 무너져 내리는 몸을 받쳐 들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건네려 했다.
“오늘도 사랑해, 재성아.”
그렇게 말하면서 도현이 웃었다. 먼발치에서 도현을 지켜볼 때나 봤던 웃음이었다.
재윤 또한 알파였다. 재성과 똑같은 가문, 똑같은 형질로 나고 자랐다. 그런데 왜 이 각인의 주인이 제가 되면 안 되는 걸까. 짝을 잃고 반쪽 각인만 남은 이 오메가를 왜 가지면 안 되는 걸까.
“그래, 도현아.”
한시도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눈동자가 그릇된 욕망으로 불타올랐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짝사랑을 끝내야 할 때였다.
고귀한 황손을 만들어야 할 초야는 황제의 음욕을 채우는 유희로 변질되어 있었다. 무성하고 거친 음모에 부드러운 입술이 닿는 것도, 미미한 숨결이나 신음이 느껴지는 것도 그릇된 정복감을 안겨주기에는 충분했다. 배를 짓누르지 않게 엎드린 몸이 바들바들 떠는 모습도 볼 만했다.
그러나 가장 보기 좋은 것은 따로 있었다. 말랑하고 뜨끈한 감촉이 마음에 들어 뺨을 슬쩍 건드렸을 뿐인데, 소스라치게 놀란 이연이 눈을 번쩍 뜨며 고개를 저어대는 것이었다.
잠깐 의아해하던 유흔은 곧 까닭을 알아채고 씨익 웃었다. 또다시 뺨을 맞을까 두려웠던 이연이 새끼 고양이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황궁에서 곱게 자란 이연이 기절이라도 할까 싶어 살살 때렸는데도 여린 피부가 그새 퉁퉁 부어 있었다. 부어오른 뺨에 눈물이 닿을 때면 쓰라린지 잠깐 인상을 찡그렸다가 황제의 눈치를 보곤 했다.
“황후는…….”
아마 이연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 무서워서 벌벌 떨고, 눈물을 펑펑 쏟는 모습에 유흔이 더욱 흥분한다는 사실을.
“정사에 꽤, 소질이 있는 것 같군요.”
※본 작품은 다수의 강압적, 비도덕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